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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쉬는 날이라고, 휴일 아침에 잡부 나서는 일이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 창자 어딘가에는 아직도 소진하지 못한 기름 덩이가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미세 먼지인지, 예보처럼 비가 오려는 것인지 을씨년스러운 하늘.
내 닿은 오늘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 빈들의 풍경.
거기, 저 풍경 속 산 아래에 몇 해 전 떠난 선배의 글방이 있었습니다.
낮은 집을 지어 서재를 들이고, 온갖 동상과 조형물 사이로 철 따라 꽃이 피던 잘 가꾼 마당이 있던...
"돌아가시고, 가기 싫어 그냥 그대로 두고 있어요..."
형수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손길 잃은 화초는 제멋대로 피었다 졌겠고 어쩌면, 그 자리를 방초들이 아무렇게나 차지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어쩌면, 몇 해를 온기 잃은 낮은 집은 지붕이 내려앉았거나 벽 한쪽이 기울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닿은 오늘만큼이나 언뜻 스쳐 가는 차창 밖.
그 끝 산 아래 보이지 않는 선배의 글방을 더 빠르게 지나치며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는 세상의 전부처럼 뜨거웠던 그가,
그의 일생이,
그의 시가,
지금 누구의 기억 속에 식지 않고 담겨 있는가..."
" 그가 오가던 산벚 만발한 그 길이..."
202211121503토
Tiny_tim-The_great_prete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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