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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에 한 번씩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
날이 갑작스레 추워졌으니 출타하는 길을 단단히 차려입고 가야 할 일인데...
두꺼운 겨울 바지가 있기는 해도, 빨래하기도 귀찮은데 또 꺼내 후질르기 싫고.
청바지 안에 껴입을 방한 타이츠를 찾아 입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오늘의 내 허벅지와 이 허벅지를 감싼 그날의 방한 타이츠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측은지심"
'그래, 모든 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었고, 지금의 내 불행은 친절하지 못한 내 시처럼 불쌍한 맘이 들지 않을 의미 없는 자폐의 미사여구가 되어 있기 때문이야...'
바람 거세던 그 겨울.
내 맘에 쥐여 준 핫팩.
아까워 터트리지 못하고 어디엔가 모셔두었는데,
어쩌면 다시는 불 붙일 수 없이 화석이 되어가고 있겠다.
20221203164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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