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비 나리는 마당.
읽던 책을 엎어놓고 현관문을 열자 밤꽃 냄새가 진동한다.
이 빗속의 도심에, 어디서 찾아 나선 그리움일까?
왠지 정갈해져야 할 것 같은 마음.
샘에 나가 더께 같은 포기의 망각을 뿌득뿌득 씻고 들어왔다.
거울 앞에서 물기를 닦으며, 내 동공 저쪽에 갇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름을 어루만진다.
커피를 타 참선하듯 침묵한다.
귓불을 떠도는 행길의 소음...
그 모두가 산중의 새소리 바람 소리 휘도는 빗방울 끝에 머문 풍경의 느린 울림만큼 평화롭다.
며칠 전,
외출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잠시 멈춰 바라보던 그 호수의 바람 소리를 떠올린다.
책 한 권 들고 삶은 감자 두 덩이를 점심으로 챙겨 집을 나서고 싶었던 아침.
어쩌면 이렇게 다가와 망각의 앙금을 뒤흔들어 놓을 밤꽃 냄새를 피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반응형
'문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 떨어진다, 꿀! (0) | 2020.07.05 |
---|---|
거울의 기억, 명수 형. (0) | 2020.07.03 |
돌려 막기 (0) | 2020.06.09 |
내 손에 쥔 떡 (0) | 2020.06.09 |
모기를 잡자 (0) | 2020.06.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