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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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순의 귀

by 성봉수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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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곱을 매달고 하품하며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이 지나서야 일회용 면도기를 잡고 거울 앞에 섰다.

 일회용 면도기 사용 횟수가 점점 줄어들도록 굵어진 털.
 새로 꺼낸 면도기인데도 억센 털에 턱턱 걸린다.
 '이리 굵게 빠져나왔으니, 빠져나온 내 안은 그만큼 비어졌을까?'


 문득, 어제의 조소를 생각했다.

 

요지경 속.

멀미 같은 울렁거림과, 반쯤 담긴 풍선 안의 물처럼 꿀렁거리던 두통은 한 시간쯤 후에 진정되었는데, 그동안에 무엇이 나를 이 요지경 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곰곰 생각하니 짚이는 것이 있다.

sbs090607.tistory.com




 "그래, 누군가는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인생 굿즈'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찾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내 필요의 욕구가 좁혀 놓은 이기심의 시야각.
 그 옹졸함으로 넉넉하지 못했다.

 이순(耳順).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순해지는 마음의 귀를 덤덤히 바라본다.


 
 202301141846토
 Boots_Randolph-Funny_How_Time_Slips_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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