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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곱을 매달고 하품하며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이 지나서야 일회용 면도기를 잡고 거울 앞에 섰다.
일회용 면도기 사용 횟수가 점점 줄어들도록 굵어진 털.
새로 꺼낸 면도기인데도 억센 털에 턱턱 걸린다.
'이리 굵게 빠져나왔으니, 빠져나온 내 안은 그만큼 비어졌을까?'
문득, 어제의 조소를 생각했다.
"그래, 누군가는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인생 굿즈'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찾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내 필요의 욕구가 좁혀 놓은 이기심의 시야각.
그 옹졸함으로 넉넉하지 못했다.
이순(耳順).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순해지는 마음의 귀를 덤덤히 바라본다.
202301141846토
Boots_Randolph-Funny_How_Time_Slips_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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