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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터 종일 내리는 비.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가뭄의 염려를 덜어줄 만큼은 되는 듯 싶다.
빛을 막아 놓은 이 일상의 울 안에 웅크려 있는 것이 왠지 죄스럽다.
현관을 열어 놓고, 서재의 창도 열어 놓고 음악을 들으며 앉았다가 그마저도 가는 겨울과 맞을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싶어 처마 아래로 나선다.
빗소리와,
바람종과,
서재 창을 넘어서는 방미의 목숨을 들으며 담배를 먹는다.
왠지 모를 이 미안함과 죄스러움.
곰곰 생각하니,
그리움인듯싶다.
앙금처럼 가슴 저 아래에 얼어 웅크렸던 얼굴들,
이 비와 이 바람에,
경직된 망각의 외면이 스르르 녹아,
가슴 저린 기억의 물감이 되어 번져간다.
아,
이 비와 바람은
보고 싶음이다.
보고 싶음의 아우성이다.
나를 잊은 어제의 얼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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