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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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7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그 여자의 외출 / 성봉수 그 여자의 외출 / 성봉수 비가 눈으로 섞여 뿌리는 밤 조치원역 광장 구석의 비어홀 부실한 겉옷의 키가 작은 여인이 바람을 안고 들어왔다 치킨을 주문하고 망설일 것 없이 맥주잔을 잡고 앉았다 포장된 치킨이 계산대에서 식어가도 좀처럼 일어서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술잔을 늘려가다 치킨 상자를 아무렇게나 들고 눈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 휘청이는 발걸음을 보고서야 어쩌면 엄마가 아니고 여자이기를 어쩌면 지나온 시간을 되감고 있었다고 어쩌면 기차에 다시 올랐겠다고 어쩌면 기차에 오르지도 못했겠다고 술잔을 잡고 손목에 시계만 바라보던 여자 그때 그 자리에 혼자 앉았던 그 여자 201801082128월계동쓰고 201801103007수깁고옮김 ■ 시집『검은 해』에서■ -김수희 '고독한 여인'- 검은 해 | 성봉수 -.. 2023. 12. 8.
와라락, 와르르... 술밥 먹는 밤. 날이 쌀쌀합니다. 날이 쌀쌀하니, 따끈하게 중탕한 사케와 어묵꼬치를 먹고 싶습니다. 머리를 뱅뱅 굴려도, 그렇게 혼술할 곳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추저분하긴 해도, 평리 투다리에 다녀올까?' sbs150127.tistory.com 귓불과 콧등이 아리도록 덜덜 떨다 차려 앉은 자리라면 좋았겠다. 이불 폭 뒤집어쓰고 전기매트에 따닷하게 지지며 뉴스를 보는 동안 내가 원했던 갈증의 깊이가 희미해진 데다가, 삼월이 언니께서 건네주고 간 피자(그것도 고구마) 한쪽 덕분에, 의도했던 육체적 공복도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밤 열 시가 지나 꼼지락거려 술밥상. 따끈하게 데운 정종에 훅, 취기가 오른다. 준비 없는 취기에 사로잡히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정종 반 주전자(3홉쯤 되지 싶다)를 비웠지만.. 2023. 10. 22.
술밥 먹는 밤. 날이 쌀쌀합니다. 날이 쌀쌀하니, 따끈하게 중탕한 사케와 어묵꼬치를 먹고 싶습니다. 머리를 뱅뱅 굴려도, 그렇게 혼술할 곳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추저분하긴 해도, 평리 투다리에 다녀올까?' 생각했다가, 날도 점점 썰렁해지고 옷 갈아입기도 귀찮고... 마침 떨어진 담배 사러 나서는 김에 마트에서 사다 해 먹기로 했습니다. 청하로 사 오려다가 두 병을 들고 오기엔 번거롭고, 백화수복 4홉으로 들고 왔습니다. 다 먹고 난 후 면을 먹을 생각으로 기웃거렸는데, 사리만 따로 파는 것이 없어서 그냥 기성 우동제품을 들고 왔습니다. 무나 다시마나 멸치나 다른 양념류야 다 있으니 문제 아닌데, 편의점 핫바 꼬치라도 모아둘 걸 아쉽습니다. "술은 따끈하게 중탕한 정종이 최고니라"라고, 할아버님의 말씀을 회상하던 어머님.. 2023. 10. 21.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 모처럼의 잡부. 그렇지 않아도 어깨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삼 층을 이틀 오르락거렸더니 삭신이 쑤신다. 하필이면 장아찌용 매실 주문한 날 잡부가 잡혀, 도착한 매실이 과숙될까 하루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조졌다. '온도를 낮춰 둘까?'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었는데, 비닐봉지에 박스채로 담아 넣어 두었는데도 반은 얼었다. 얼었다 녹으니, 과육이 코처럼 뭉그러지니 정말 조졌다. 안일했다. 그래도 어쩌나 버리기도 그렇고... 매실청도 담그는 마당에, 매실고추장 담그는 셈 칠 밖엔. 장아찌에 넣을 소주 사러 문밖을 나서니 본격적인 여름 볕이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캔맥주에 손이 갔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 이후 자의 타의로 찾지 않고 사라졌던 아사히 맥주. 집에서의 대낮 혼술치고는 충분히 가볍고 적.. 2023. 6. 17.
★~詩와 音樂~★ 술밥 /성봉수 술밥 / 성봉수 이 사내의 밥통은 아귀신(餓鬼神)의 그것 삭정이 된 오늘에 끼얹히는 차가운 불 침공(針孔)의 미로 속 공복의 역화(逆火) 이 사내의 밥통은 반추동물(反芻動物)의 그것 어제의 과분한 웃음을 되새김질하는 지독히 무료한 허공의 하품 지금의 밥통을 거열(車裂)하는 조현(調絃)의 비명 이 사내가 마주 서는 기꺼운 거울 알몸의 성찬(盛饌)이여 202109221941청송쓰고 20210291425수깁고 202112161709목옮김 ■ 月刊 『충청예술문화』2021 겨울호(117)에서 ■ ■ 『가을꽃은 슬프다』2021 '세종시인협회지(2021)에서 ■ ■ 격월간 『현대문예』121(2022 3,4월호)에서■ -The Daydream 'Tears'- ☆~ [격월간] 현대문예 121호 / 현대문예사 ~☆ [격월.. 2022. 5. 12.
그리움의 나신 오뎅나베에 따끈한 사케 한잔하고 싶은 날. 손님을 끌 만한 상점들은 대학가와 인접한 철도 건너 아파트촌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 데다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고 나니 아무리 생각해도 썰렁한 구도심 어느 곳도 마땅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철도 건너까지 꾸역꾸역 건너가 혼자 청승을 떨(만한 적당한 곳도 사실 없지만….)기도 귀찮고. 불연, '내가 사는 곳이 대도시였다면 이런 영양가 없는 고민이 필요 없을 텐데….'라는 생각. 이래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나 보다. 궁리는 시간만 잡아먹어 벌써 자정을 넘겼다. 길 건너 편의점에 들러 인스턴트 어묵탕 두 팩과 좋은 술 한 병을 챙겨와 곰돌이와 마주 앉았다. 청하를 들었다가, '정종이면 어머님 제사 모신 퇴주가 잔뜩 한데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어 .. 2021. 10. 24.
★~ 詩와 音樂 ~★ 모서리에 앉아 술을 먹다 / 성봉수 모서리에 앉아 술을 먹다 / 성봉수 노동의 벅찬 어깨를 뽑아 가난도 쉴 곳을 찾아 눕고 달콤한 콧소리의 어린 사랑도 이른 취기를 업고 떠나버린 늦은 밤거리 병들고 버려진 늙은 수캐처럼 혼자 떠돌다 번데기와 두부김치를 불러 술을 마신다 텅 빈 주점 식탁 모서리에 앉아 나를 지우고 허기를 마신다 마주 보지 않으니 마주 볼 사람도 없고 옆 자리가 없으니 옆 사람도 없는 모서리에 앉아 그리움이 따르는 쓸쓸함을 마신다 간절하여도 빈자리는 빈자리 떠나고 남겨지고 보내고 돌아선 너와 나의 모서리에 앉아 오롯이 나를 마신다 20100804 Jeg Ser Deg Sote Lam/Susanne Lundeng ■ 시집 『 너의 끈 』에서 ■ Susanne Lundeng 「 Jeg Ser Deg Sote Lam 」 ☆~ 너의..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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