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교동, 옛 거리에 쏟아지는 / 성봉수

 

 

 교동, 옛 거리에 쏟아지는 / 성봉수

 “아, 아, 오늘은 대청소의 날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정씨가 방송하던 문화원 아래 딸 부잣집에서 길을 건너면 평생 일만 하던 큰 공 서방 집에서 모퉁이를 돌아 문화원 옆 설계사무소 아래 동사무소 끼고 골목 끝에 창새기네 집 맞은편 읍사무소 귀퉁이 문화원 뒤편의 예비군 읍대 왼편으로 커다란 농협창고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행길 건너면 딸 부잣집 외할머니 친정집 담을 넘으면 딸 부잣집 7남매가 다닌 교동국민학교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길이 끝나면 왼편으로 쭈욱 올라가다 철조망 끝의 조치원여자중고등학교 울타리 밖의 아카시아가 발 담근 툼벙 오른쪽으로 빵 공장 맞은편에 한삼덩굴 창창한 수원지 철조망 앞 논길로 쭈욱 내려와 보건소 지나 왕성극장 골목으로 접어들면 노오란 모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다정집 지나 왕성극장 옆 도냉이네 이발소 옆에 해태의 집 마주 보는 전매청 지나 우체국 길 건너 신흥약국 세 살던 선화네 집 고바우 대본 옆 장만이네 교동야식 지나 교동아파트에 장만이 삼촌의 목발의 바다 지하에 희다방 뒷문으로 나오면 역파 옆 철도 소화물 취급소에서 올라가면 낚싯대 공장 골목으로 들어가다 합기도체육관 앞 엄 상사네 왼편 골목에 농촌지도소 아래 맞은편 서장관사 골목 끝에 넝마꾼 고물상 건너편 작은 공 서방네 가마니 공장 옆 침산지하차도 옆에 동아설비 옆 방앗간 집 옆 골목 오른편에 계룡아파트 왼편에 목화아파트 길 끝에 보건소에서 우측 끝에 길 건너면 가발공장 맞은편에 보건소 앞 건물에 예비군 읍대 본관 군청을 둘러싼 측백나무 울타리 이웃한 한전 끝에 산림조합 권 상무네에서 왼편으로 돌아서면 읍사무소 앞에 늘어선 높다란 포플러 아래 논을 메꾸는 쓰레기차가 멈춘 교동국민학교와 등기소 사이에 날리던 은행잎 길옆에 삐까삐까 작은 공 서방네 맏사위 송 씨네 딸 아영이 공주의 피아노 소리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동화목공소 옆 교육청 맞은편 농산물 검사소 위로 전신전화국 길 건너 딸 부잣집 엄마 국민학교 동창이 하던 자전거포 위에 방앗간 옆에 문화 사진관 옆 문찬이네 집 지나면 썬다방 마주 보는 서울이발소 골목의 권투 체육관 맞은편의 엄 상사네 집 옆 골목 끝 키 커다란 흥수 엄마네 집을 돌면 붓꽃이 섬을 이룬 툼벙 끝에서 길을 건너면 신흥약국 옆에 미미상회 옆에 영풍각 옆에 엄 상사네 백년예식장 아래에 서울체육사 옆에 백년다방 옆에 기업은행 옆에 농산물검사소 옆에 전신전화국 옆에 우체국 길 건너 한성문구 위쪽에 산파 집 길 건너 조치원 세탁소 지나 보훈회관 옆 월선이 엄마네 탁주 집 옆 노 씨네 건물에 신진 오토바이 옆에 용운다방 아래층에 서울체육사 길 건너 2층에 합동 대서소 아래층 연묵당 표구사 맞은편 골목에 덩굴장미 흐드러졌던 성 씨네 딸 부잣집에서….

누님 동생도 떠난 거리
아버지 어머니도 떠난 거리
기억하는 이가 기억이 되어 가는
어제의 감광지에 쏟아지는
불한당 같은 햇살의 역광

 

■ 시집『검은 해』에서■

-사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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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해

성봉수 저

가난한 시인의 가슴속에 곱게 피어난, 그 찬란하고도 서러운 꽃의 기억들. 시인이 걸어온 길, 희망과 절망,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 그 모든 시간의 흔적들을 좀 더 깊게 좀 더 멀리 사색하며 쓴 시들을 담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담담한 소회에서부터 존재의 근원을 고민하는 깊은 사색의 시까지 여러 형태의 다양한...

 

 

검은 해 - 성봉수 지음/책과나무

 

 

*시집 『검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