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언니께서 퇴근길에, 우편함에서 꺼내 가져다 놓은 우편 물.
오늘 시름없이 열어보니 청탁서다.
올 두번째로 받은 우편 청탁서.
살펴보니 <경희 사단> 주축의 문예지인데,
우편으로 보내오는 청탁이 사라진 시절이니 반갑다.
청탁서 말미에 붙은,
"고료는 책으로 보답드림을 양해바랍니다."
내가 "글을 수록하는 대신 일정의 책을 사야 하는"<자칭 시인>의 웃기는 형편은 아니라도, 열악한 문예지의 현실은 더 잘 알고 있으니, 딱히 기대는 안 했고...
<어떤 경로였든 연고도 없는 무명 이류 시인에게 우편 청탁을 보내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라는 생각과 <책으로라도 고료를 주며 연고도 없는 이류 시인의 시를 싣는 문예지>를 "정작 그 문예지의 구성원들은 돈을 주고 사겠지?"라는 씁쓸한 생각.
어쨌건, 우푯값 종잇값의 정성으로라도 신작 시 한 편이라도 어찌 꾸려봐야겠다.
메일로 보내온 4월 말일이 마감인 청탁.
마감일을 표시한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어도 기한을 넘겼다. 넘겼으니 없던 일로 떼 버렸는데, SNS를 통해 재, 삼 청탁을 해왔다.
<신작 시> 부분에서 배알이 꼴린다.
물론 신작 발표는 작가에게 기본이긴 하지만, 그건 고료를 줄 때 이야기이고.
고료도 없고, 그렇다고 뭐 대단한 문예지도 아니면서 <신작 시>를 떼쓰듯 보내달라니 빈정 상한다. 내가 내 글 발표하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도 아니고, 정중하지 못하고 염치도 없다. 발행인이 "신춘문예 당선> 자기 문학단체 구성> 자기 출판사 설립> 책 장사 등등"의 순서로 잡상인의 정석을 걷고 있지만 당연한 현실적 타협과 능력이라 해도, 적어도 "신춘문예" 출신이라면 단돈 만 원이라도 고료를 주는 자기 자존심은 있어야 하는 거 아녀?
<신작 시?>
그런 거 있으면 내가 얼른 먹것다.
어제 빨아 널은 빨래.
볕이 드는 쪽으로 바지랑대를 넘기고 양말 하나 따러 올라간 옥상.
우리에 쑤셔박혀 게슴츠레 눈 뜨고 불러도 꼼작 안 하던 삼월이 ㄴ!
어느 틈에 쫓아 올라와 따순 볕 아래 쪽 뻗어 계시다.
'내려갈껴 이 ㄴ아!'
듣는 둥 마는 둥, 꼬리 한번 휘이 젓고 만다.
참... 이 등신도 나이 먹었다고 구신이 다 됐다.
Billy Vaughn-Wheels
하루,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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