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억, 온 기억, 부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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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올 기억, 온 기억, 부른 기억.

by 성봉수 202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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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봄비 내리던 날.
 아버지는 우비를 입고 보도블록을 걷어 낸 마당에 잔디를 심으셨다.
 "왜 하필이면 비 내리는 날..."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날 날구지를 하시는지 알 수 없기는 퇴근하시는 어머님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거의 어두워져서야 일을 마친 아버지는 입고 있던 흙물 든 우비를 벗어 빨아 널었는데,
 말렸다가 비 오는 날 도로 입으면 다 지워질 듯싶은데 왜 그러지는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봄비 내리는 마당에 아버지께서 잔디를 심으시던 그해.
 아버지는 시흔 아홉이셨고,
 방 안에서 종일 게임을 하던 나는 전역 대기 휴가 중이었던 스물셋의 청년이었다.

 

 

 

 

 아내가 어제 건네 놓고 간 까까를 먹는데,
 언제인가 맡아본 냄새다.

 언제 어디로 왜 가던 길이었는지 지금은 기억 없는 그때,
 잠시 차가 멈춘 곳에서 친구 아내가 화장실을 다니러 가느라 젖먹이를 내가 받아 안았는데...
 "끄억"
 내 어깨에 젖 먹은 것을 토해냈던 친구 아이.
 그 아이가 어떤 친구의 아이였는지는 기억 없지만, 지금도 그 생생한 그 냄새.
 그 난처함...

 

 

 먹다 남은 까까 봉지를 접어 놓는데,
 분명 언젠가 해본 듯 익숙하다.

 의료 분업이 시작되기 훨씬 전전.
 돌절구에 간 가루약과 알약들을 종이에 1회 분식 소분하던 포장.
 어린 눈엔 참 신묘한 비기로 느껴져, 약을 먹은 후에는 남은 종이로 똑같이 따라서 접어보던 그….



 
 202203173004목
 허민영/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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