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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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부7

만추 잡부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서녂의 해가 슬프도록 붉다. ☆~ 만추(晩秋)의 허수아비 / 성봉수 ~☆ 만추(晩秋)의 허수아비 / 성봉수 나는 존재하였으나 탑시기로 엮은 쭉정이뿐인 맹자(盲者)의 왕관 다행이면, 희아리 같은 햇살의 누더기 망토를 걸친 집사쯤 어제는 내 덕으로 떠나와 거만하였 sbs090607.tistory.com 날이 추워졌으니 커피 잔을 바꿨고... 밥알이 영 삭질 않으니, 쏘주를 한 곱부 마시고 자야 하나 어쩌나? 피곤타. 뻗자. 202411152539수 Raymond_Lefevre-La_Reine_de_saba 치과 연기 -by, ⓒ 성봉수 詩人 2023. 11. 16.
매칼 없다. 오전 잡부 끝나고 도착한 식당. 식당 앞 흡연구역 의자에 앉아 목구멍 소독부터 하는데... 언제 떨어졌는지 말라 볼품없는 잎과, 계절의 끝에 매달려 아직은 성성한 잎들 사이에 놓인 텅 빈 거리. 매칼 없이 쓸쓸해지는 것이, 가을인가보다. 20231013금 이 음악을 좋아하던 그 성봉수는 잘 살고 있나? 노찿사-가을우체국 앞에서 -by, ⓒ성봉수 詩人 2023. 10. 14.
-2%+10year=-10year α 간을 빼줄 아량도 없고 빼 올 능력은 더 희박함을 쇠똥 벗어지면서 알았고, 성년 무렵에 심취했던 개똥철학의 곁다리로 가늠한 주역 나부랭이로 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 발바닥의 땀"이야 흘린 만큼은 쌤쌤으로 보상받겠거니... 호기 있게 디딘 10년, 그 미련한 노동의 배반. 잡부 나간 현장. 승강기를 기다리며 마주한 가릴 것 없이 충실했던 한때의 흔적. 지금 누가 저리해 놓는다면 고소·고발 지탄받을 일일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발 닿는 곳마다 붙여 놓던 스티커. 20년이 흘렀어도 남겨진 흔적을 마주하며 지금 와 생각하니, 당신 속으로 낳은 아들이 임을 모를 리 없으셨을 텐데... 처자식 있는 놈이 다니던 직장 하루아침에 때려치우고 타향 객지 구정물 통에 설거지하며 쌓은 시간이니 '우공이산(愚公移山)'.. 2023. 9. 25.
백로 무렵에... 백로. 낮으론 계속되는 폭염이라지만 그늘 안에 들면 건들바람이 불며 그럭저럭 차분해지는 날씨. 여지없는 백로다. 잡부 마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마당을 둘러싼 이웃 건물들 탓에 떨어지는 해 몇 조각이 뒤늦게 산란하고 있다. 바지랑대를 휘감고 오른 같은 넝쿨에 매달리지 못하고 땅 꽃의 된 나팔꽃 한 송이, 저 혼자 서쪽의 지축을 열고 뒤바뀐 아침을 맞고 있다. 백로다. 발치 끝에서 머뭇거리는 백로 무렵의 어설픈 가을 답신 없는 연서에도 쓸쓸하지 않을 만큼 아직은 견딜만한... - 시집 『바람 그리기』중「백로 무렵에」에서 - 백로다. 마당 한 편의 감나무, 갈변한 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옥상 배추 모종에 물 주고 내려와 커피 한 잔 타고 숨 돌리는 동안, SNS 대문을 시 「백로 무렵에」로 바꿔 걸었다.. 2023. 9. 10.
공공의 잡부. "시를 쓰셔야지 왜 일을 다니셔요..." 오래전 카트리지 전자담배가 나오던 초창기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이 불었을 때, 그때 '입고되면 알려주십사' 편의점 여사님께 문자 남겼는데. 내 폰 문자 발송에, "시인 성봉수 아룀"이라고 사전 설정되어 있던 것을 깜빡하고 그냥 보냈었는데, 그 이후 잡부 마치고 귀가하며 누더기에 장화를 터벅터벅 끌며 담배 사러 들릴 때마다 건네주시는 덕담. 오늘. 오전 짧은 잡부 마치고 변함없이 담배 사러 들렸는데, "유튜브에도 시 올리시죠?" '아... 녜, 어찌 아셨어요?' "제가 유튜브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니까 시인님이시데요. 늘 보고 있고 좋아요도 눌러요." '어이쿠 고맙습니다!' 내가 이래서 근래의 사진은 가급적 올리지 않는데, 이거 어디 가서 허튼소리했다가는 손가락질받기 .. 2023. 6. 19.
누가 내게 다녀갔는가... " 잡부 마치고 그지꼴로 앉은 술자리. 몇 병의 소맥을 먹고, 밖에 나가 담배 먹고 들어와 다시 앉았는데... 조금 전까지 먹던 찌그러진 냄비에 담긴 콩나물국, 온기가 사라져 차가워졌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마치 얼음 왕국 마녀의 손이라도 닿은 것처럼, 콩나물국 냉기가 식탁 위 모든 음식을 집어삼키며 번져간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지?" 오야의 두런거림이 먼 메아리처럼 공명하고, 맘 안 가득 돋는 소름. 창밖엔 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을 보며 담배를 먹는 그 잠깐. 힘겹게 여민 내 망각의 울타리를 허물고, 누가 내게 다녀갔는가... Pete_Tex-Latin_Lover_Captiva_-_When_A_Man_Loves_A_Woman_-_A_Whiter_Shade_of_Pale 20221213화... 2022. 12. 14.
별을 보던 곳. "막걸리 한잔하고 가지?" 잡부 일당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작업 완료 알려줄 겸 시공주가 운영하는 업장에 덩달아 들어섰다. 저녁을 권했지만, 점심으로 먹은 짬뽕이 어찌나 짜고 맛이 없던지 당기지 않는다. 일단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시킨 굴전(정확하게는 굴 튀김)과 매실 막걸리. 미식가이자 편식가인 오야. 일단 내가 시켰으니 마주는 앉았어도, 굴전을 딱 두 개만 어쩔 수 없이 먹고 박지와 밑반찬만으로 안주 삼는다. "성시인, 많이 먹고 오늘 집에 가서 힘 좀 써" '오야님, 사리 서 대는 생긴 몸이올시다' 현장에서 챙겨 수선화가 담긴 비닐봉지를 덜렁거리며 밤길을 걸어오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 나온 김창완의 "독백" 아무리 빈 속이었지만, 막걸리 두 되에 술이 올랐나 보다. 1981년. 온통 논밭이었던..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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