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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먹으며 / 성봉수
옥수수를 먹는다. 애들 외가댁에서 삶아 보냈다. 애들 엄마란 여자가 쉼 없이먹는다. 저러다잠결에 얼마나방귀를 뀌어댈까. 무슨과일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옥수수라했다. 밴드마스터인지건달이었는지 둘 다였는지 한 사내를 만나 여자가 되고 그의 씨를 받고. 어린 산모의 무더운 여름날 그 깡패의 엄마는 많이도삶아 주셨다. 그놈을찾아나섰다. 당구장 몇 군데를 돌아 겨우 찾아냈다.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길로 돌아와 빨래를 걷어 개켜놓고 집을 나왔다. 예정일이 20일도 남지않았다. 중절은말도 안 되고 유도분만도 안 된단다. 산파를 찾아갔다.죽어도 좋다는 각서를 쓰고 가랑이를 찢었다.아니 몹쓸 시간을 끄집어 냈다. 아이 얼굴도 보지 않았다. 부정된 시간들이 먼 어느 나라로 팔려간 건지손 없는 어느 집으로 건네졌는지는알 길이없다. 몹쓸 놈을 그리 보냈다.그게끝이었다. 옥수수를먹는다. 한알 한알손으로 떼어서 천천히 씹어 먹는다.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여름이 오고 어디선가 또 옥수수를먹고 있겠지. 독한년. 불쌍한년. 뭉뚱그려우물거리는 몇 알 중에는 내가 있으리라. 애들 엄마가 옥수수를 먹는다. 참 행복한 표정이다 티비 음악프로그램에서 기름 챙이 같은 머슴아들이 나온다. 몹시도 까분다.그걸 보면서 한알 한알 옥수수를 씹으며 참 행복하게 웃는다. 이 여자의 기억속에 웃음은 무슨 맛일지 알 길이없다. 옥수수를먹는다. 누군들기억의 식도락이야 없겠냐만은한알 한알각인된 차진 시간의 미각을 떠올릴 여유도 시간도 없다.그냥 덥석 깨물어서, 있으니까 먹는다. 주니까 먹는다. 잘 말려서 대나무 막대를 꼽아 다락 손잡이에 매달아 놓았던 할아버지의 등긁개만생각난다. 때로는알면서도 스쳐버려야 하는 시간이라는 포기의 약도 유용하다.이 여름 가난한 걸인의 잊힌 미각이 되어 옥수수를 먹는다.
2009080328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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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를 펴냈다. 「월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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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그리기 |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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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
www.yes24.com
인터파크 도서
book.interpark.com
- 저자
- 성봉수
- 출판
- 책과나무
- 출판일
- 201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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