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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虛飢) 2 / 성봉수
모텔 발렌테이의 네온사인 하트가 부서지는 유리창을 마주하고
편의점 밖 구석에 웅크려 청춘의 한때를 마중한다
찐 계란 하나 백 원. 쐬주 한 글라스 사백 원. 청자 담배 이백 원. 커피 삼백 원.
편의점 파라솔 아래 앉아 쐬주를 깐다
군 계란과 THE ONE 0.5와 저 알콜 쏘주
그렇게 그와 앉아 그녀들을 불렀다
담배 한 갑을 다 태우고서야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청춘의 기억를 접으며 떠나갔다
나와 그녀가 담배를 피운다
그녀의 웃음소리만큼 담배가 맛나다
먼지 같은 웃음을 실없이 던지는 동안
관심도 없는 벌레가
내 무릎까지 올라와 두어 바퀴 맴돌다
관심도 없이 떠나간다
그녀도 함께 떠났다
그녀는 내 동정(童貞)을 원하지 않았었다
그녀도 내 동정을 원하지 않는다 했다
내 사랑은 언제나 순결한 처녀에게 올리는
기도였다
기도다
매운 무를 먹고 난 후처럼
명치 끝이 짜르르 쓰려 왔다
술이 그리움인지 그리움이 술인지
창자 속에 뒤엉켜 아우성이다
허기다
순결한 사랑 앞에 마주한
내 동정의 오랜 허기였다.
20090908화
■ 시집『검은 해』에서■
-강촌 사람들 '사랑의 기도'-
-by,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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