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410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오늘, 내 탓이 아니다 / 성봉수 오늘, 내 탓이 아니다 / 성봉수 벽 앞에 서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며 돌아섰습니다 가끔은 당신 탓이라 했습니다 이 잘난 세상 탓이라고 말입니다 지나고 보니 내 안으로 접고 돌아서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습니다 난 아주 가끔 벽 앞에 버티고 서서 대가리로 치받고 온 힘을 다해 주먹질도 합니다 그러면 깨지고 벗겨진 자학의 몸뚱어리에서 꽁꽁 여며 화석이 되어가던 가식과 부정의 울혈이 툭, 터져 버립니다 나는 내 안에서 나온 그 비겁한 오물을 아주 통쾌한 마음으로 벽에 처바릅니다 그런다고 벽이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고름이 되어가던 검은 피가 빠져나간 자리에 뜨겁게 차오르는 선홍의 비린 박동을 포기가 관조가 되는 낯 뜨거운 변명과 외면 지나고 보니 누구나 제일 쉬운 일은 안으로 접고 돌아서는 일.. 2021. 11. 4. 훑고 매달리다. 새로 박은 이빨 진료 예정일. 전날 잡부 나가던 아침까지 푸르던 가로의 은행잎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아, 하루 사이에...' 진료를 마치고 되돌아 나오는데, 아침부터 불편했던 속 때문에 방앗간에 맘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룻밤에 뒤바뀐 이 계절의 감흥을 그냥 지나치기는 서운하고... 천변 산책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커피숍에 들렸다가 귀가. 그리고 사달이 났다. 사흘째 계속되는 몸살과 복통. 곰곰 생각하니,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제 잡부 마치고 먹은 점심 갈비탕에 매운 다진 양념을 풀었던 것 하나뿐이었는데... 잠을 설치도록 이런 통증은 처음 겪어보니 당황스럽다. 별수 없이 약을 사다 먹었더니, 지난밤엔 조금 나아진 듯도 싶고. 참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 "훑고 매달린다." 한국어의 위대.. 2021. 11. 4. 그리움의 나신 오뎅나베에 따끈한 사케 한잔하고 싶은 날. 손님을 끌 만한 상점들은 대학가와 인접한 철도 건너 아파트촌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 데다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고 나니 아무리 생각해도 썰렁한 구도심 어느 곳도 마땅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철도 건너까지 꾸역꾸역 건너가 혼자 청승을 떨(만한 적당한 곳도 사실 없지만….)기도 귀찮고. 불연, '내가 사는 곳이 대도시였다면 이런 영양가 없는 고민이 필요 없을 텐데….'라는 생각. 이래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나 보다. 궁리는 시간만 잡아먹어 벌써 자정을 넘겼다. 길 건너 편의점에 들러 인스턴트 어묵탕 두 팩과 좋은 술 한 병을 챙겨와 곰돌이와 마주 앉았다. 청하를 들었다가, '정종이면 어머님 제사 모신 퇴주가 잔뜩 한데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어 .. 2021. 10. 24. 김장 무렵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부는 바람이 매섭다. 꼭, 김장 무렵 같다. 김장하는 날이 하필 추웠던 건지, 추운 날을 골라 김치를 담갔던지 그 무렵의 날씨가 꼭 이랬다. 머플러를 둘러쓴 어머니. 연신 흐르던 당신의 콧물.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그 무렵의 기억 안에 고무장갑 같은 것은 없다. 온 나라가 그런 형편의 세상이었기는 해도 변변한 먹거리가 없었던 시절. 대가족 살림의 겨울나기에서 김장은 필요조건이었겠으나, 두 접, 세 접씩 김치를 담가야 했던 어머니. 그 고단하던 수고가 떠올랐다. 새끼들 걷어 먹이고 앞길 닦아주느라 일생을 희생하신 어머님. 이제 와 생각하니, 맘 편히 손 놓고 지낸 것이 80 평생 중에 몇 해나 되었는지 싶다. 기껏 그 무렵이 되었을 때는 아버님이 떠나셨고 운명하시기 전까지는 병마.. 2021. 10. 18. ☆~詩가 된 音樂~☆ 가을 / 백남석詩 현제명曲 가 을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가을이라 가을바람 다시 불어오니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 같구나 추운 겨울 지낼 적에 우리 먹이려고 하느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백남석詩 현제명曲 바람종mix_임동진 섹스폰 외 2021. 10. 16. 還 이렇게 밤을 난 것이 언제였나? 30시 30분. 어젠 긴 팔과 긴 바지를 꺼내입었고 양말도 챙겼다. 내 여명이 드는 창. 조만간 일년내 묶어두었던 커튼을 드리우겠지. 이 무렵. 이 일 년이 지난 삼 년 만큼 길었다. 누구는 밥을 짓거나 누구는 운동하는 지금, 이제 자리에 누워 벽시계의 초침 소리를 따라 잠을 잡으려는 누구는…. 2021. 10. 14. ☆~詩가 된 音樂~☆ 애모 / 김수희 애 모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얼마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 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 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 당신은 나의 남자여 김수희 1990 2021. 9. 29. 행복하시라. 며칠 전 모습이니 지금은 가을이 더 깊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다 맺은 것 없이 툭, 떨어져 뒹구는 시간 앞에서 생각합니다. '잠시 쓸쓸하긴 하여도, 아플 것까지는 없는 일이다..." 드문드문 잡부 품팔러 나가고, 남는 시간은 어항 앞에 쭈그려 앉아 그냥 별것 아니게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빕니다. 성봉수 절. 2021. 9. 19. ☆~詩가 된 音樂~☆ 물안개 / 석미경 물 안 개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당신은 내 가슴 속에 살며시 피어났죠 조용히 밀려드는 물안개처럼 우리의 속삭임도 그러했는데 하얗게 지새운 밤을 당신은 잊었나요 그날의 기억들도 당신은 잊었나요 기다림에 지쳐버린 이 내 작은 영혼 온밤을 꼬박 새워 널 위해 기도하리 조용히 밀려드는 물안개처럼 우리의 속삭임도 그러했는데 하얗게 지새운 밤을 당신은 잊었나요 그날의 기억들도 당신은 잊었나요 기다림에 지쳐버린 이 내 작은 영혼 온밤을 꼬박 새워 널 위해 기도하리 석미경 1987 2021. 8. 27. 껑충 뛰어 보약. 면도하는데 피부와 입술로 분열된 경계의 턱이 뜨끔하다. '쪼르르...' 맑은 피가 흐른다. 사춘기 무렵. 이상하게 자주 쥐가 났다. 어떤 때는 멀쩡하게 잠을 자다가 갑자기 다리가 올라붙었는데... "내가 너 배서 그렇게 쥐가 자주 났는데 너도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은 뱃속에서 한 첩씩이라도 보약을 얻어먹었는데, 너 때만 못 먹었어. 그래서 그런지..." 쥐약병을 준비해 놓고 낳은 여섯째가 나였으니 태중에 보약을 못 얻어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으나, 다섯째인 바로 손위 누나에 대한 기억이 문드러졌다. "남동생 보면 빨간 구두 사주겠다"라고 했다던 정황상으로는, 손위 누나도 태중 보약은 언감생심이었던 것 같은데, "약주 드신 할아버지께서 섭골 본가로 올라가시기 전, 약 한 첩 건내주시고 가셨다"라던 어.. 2021. 7. 29. ☆~詩가 된 音樂~☆ Love On The Brain / Cassidy Wales Cover Love On The Brain And you got me like, oh What you want from me? (What you want from me?) And I tried to buy your pretty heart, but the price too high Baby you got me like, oh, mm You love when I fall apart (fall apart) So you can put me together And throw me against the wall Baby you got me like ah, woo, ah Don't you stop loving me (loving me) Don't quit loving me (loving me) Just start loving .. 2021. 7. 25. 월하리 공동묘지 (내 발 내놔~!!!) 월하리 공동묘지 1967 한국 공포 상영시간 : 89분 감독 : 권철휘 출연 : 도금봉, 허장강, 황해, 박노식 외. 지도 크게 보기 ※ 월하리는 제 외가인데요, 어느 마을이나 그랬듯 '애장터'는 있었겠으나 공동묘지는 없습니다. ※ 2021. 7. 23. 운수 좋은 날. 반 대가리 잡부 부려 세 군데 현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오야. 점심 갈비탕값과 편의점 2+ 커피값을 보태도 지출 총량이 돈 십만 원도 되지 않는 영양가 있는 하루다. 두 번째 현장 폐기물을 하차하다 긁힌 못. 심심찮게 있는 일인데도 상처 자체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것이, 이번엔 뭔가 기분이 께름칙하다. 일하는 내내 "못 밟은 다음 날 파상풍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급사한 어떤 멀쩡하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점심 먹고 반 대가리 일당 받고 헤어져 터벅터벅 걸어 병원에 들렀다. '네 시간 전이니, 아홉 시쯤인디유?' "아이고, 바로 오셨어야 했는데 어디 상처 좀 봅시다!" 찢어진 바지를 손가락으로 벌려 보여주며 그냥 파상풍 주사나 한 대 맞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진료실 침대에 앉은 것도 누운.. 2021. 7. 21. ☆~詩가 된 音樂~☆ 알고 싶어요 / 이선희 알고 싶어요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대 생각 하다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 바쁠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내가 많이 어여쁜가요 진정 나를 사랑하나요 난 정말 알고 싶어요 얘기를 해주세요 이선희 1986 2021. 7. 20. 방 안으로의 탈출. 오래된 집 마당에 비껴내리는 아침 햇살을 안고 이며 뒷짐 쥐고 어슬렁거리다 보니, 봉숭아 아까징끼 이 아침, 오래된 집 벽에 작년에 채종해 심은 왕나팔꽃이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다. 맞은편 담벼락, 늘 그 자리에서 피던 같은 모양의 어머니 왕 나팔꽃. 어머니 떠나신 후 슬금슬금 줄어들 blog.daum.net 별수 없이 마당이라는 울의 끝에서 끝으로 오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제야 상동증(相同症)에 걸린 코끼리 한 마리가 내 안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틱장애에 걸려 쉼 없이 뱅뱅 돌던 남도 그 동물원의 늙은 코끼리가 말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면서 짐짓 화들짝 놀란 듯 뒷짐을 서둘러 풀고, 마당의 울에서 방 안으로 탈출하며 오늘의 울로 들어선 것이다. 2021. 7. 16. ☆~詩가 된 音樂~☆ Goodbye my love Goodbye / Demis Roussos Goodbye my love goodbye Hear the wind sing a sad, old song 바람이 부르는 슬픈 옛 노래를 들어보세요. It knows I'm leaving you today 내가 오늘 당신을 떠나는 걸 바람은 알고 있나 봐요. Please don't cry 울지 마세요 Or my heart will break 당신이 울면 내 맘이 찢어질 거에요 When I go on my way 내가 길을 떠날 때 말이에요 Goodbye my love goodbye 안녕 내사랑 Goodbye and au revoir 잘 있어요 As long as you remember me 당신이 날 잊지 않는다면 I'll never be too far 나 또한 멀리 있지 않을거에요. Goodby.. 2021. 7. 15. 된장 맛이 된장 맛이지 별겨? 반 대가리 잡부인데도 평소보다 얼추 한 시간을 일찍 마쳤다. 흘린 땀의 총량이야 그런저런 날의 종일과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점심을 못 먹었다. 먹긴 먹어야겠는데, 참 덥다. 주소의 첫머리에 "안(內)"자 가 붙은 골목길 산 아래 첫 집. 그러니 문명의 오염에 대한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 일 듯싶어 텃밭에 기댄 담장에서 챙겨 온 호박잎. 원래는, 엊저녁 한 달 치 끓여 냉장고에 넣어둔 된장국에 보탤 생각이었는데, 적당한 놈은 우선 쌈 싸 먹기로 했다. 강된장을 찌는 동안 탈수 돌려놓은 속옷 나부랭이를 널고 엊저녁 설거지를 하고, 강된장을 꺼내고 강된장 만드느라 덜그럭거린 것들 씻어 치우는 동안 호박잎을 찌고. 큰 것은 쌈 싸 먹고 작은 것은 찍어 먹고. 엊저녁 먹고 남은 콩물로 국을 삼았으니, 모든 면으로.. 2021. 7. 14. 개무시하는 개. 삼월아, 나이 먹으면 소화력이 떨어지니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라는 것 잘 안다. 현실 파악 못 하고 마냥 욕심부렸다가는 똥구녕 찢어질 수도 있다는, 그래서 절제된 선택적 취식을 하는 중이라는 것 잘 안다. 참 현명하다. 나잇값을 하니, 천년 목숨 욕심으로 사는 사람보다 낫다. 기특하다. 삼월아, 그래도 그렇지! 내가 "밥 먹어!" 소리도 못 하니? '밥 먹어!' 소리했다고 눈을 그 지랄로 홉뜨고 올려다볼 일이니? 나쁜 년! 개가 사람을 개무시하면 되것니? 2021. 7. 9. 우리 아빠, 뒤통수 스파이크 "빡!" 쌓여가는 책들이 부담스럽다가도 읽을거리가 많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한 포만감을 부른다. 현찰이 두툼하게 든 지갑을 챙겨 반가운 사람과의 술자리로 향하는 걸음걸이 같다. 그래서 오늘은 책을 읽는 날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음악을 틀어 놓고 책장을 넘긴다.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 언제 들어오셨는지 아버지께서 등 뒤에 서 계신다. 언제부터 서 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풍겨오는 술 냄새를 보니 틀림없이 서 계신다. "음악을 틀어 놓고 무슨 공부를 햐 인마!" '저는 틀어놓고 해야 잘 되는디유. 다들 그렇게 하고요...' 잔뜩 주눅이 들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내게 아버지께서는 단호하게 명령하셨다. "꺼!" "끄라고! 시끼러워 죽것어!" 음악을 끄는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께서 나가셨다.. 2021. 7. 6. 당 떨어졌다! 파전에 막걸리는 고사하고, 장구루마 안 끌고 나갔다가 당 떨어져 뒤질뻔했다. ㅋㅋㅋ 서둘러 되짚어 오느라고 어깨 빠지는 줄 알았네. 냉장고에서 꺼낸 떡이 사흘쯤 지난 가래떡같네. 서금서금한 중국산 전자레인지라도 사야 하는지 원. 비, 자알 오신닷. 2021. 7. 3. 나팔꽃으로. 늦은 장마가 집중호우의 양상으로 전국을 휩쓸 거란 예보. 옥상으로 지붕으로... 비설거지를 해놓고. 출정의 나팔을 기다리는 전사같이, 침묵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아침. 시간의 이끼같이 때 절은 회색 담장을 타고, 아기 나팔이 줄지어 잎을 벌은 오래된 집 마당. 이 아침의 다를 것 없는 평상의 고요가, 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로 새삼 감사함이 된다. 비의 예보같이, 내 시간의 굴레가 닿을 목적지를 알 수 있다면, 오늘이 어제보다 얼만큼이나 더 감사하고 고마움일까? 아니.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가늠하지 않는 일이겠다. 나팔꽃을 바라보는 내가 아닌, 그냥 오늘에 핀 나팔꽃으로…. 이문세-가로수 그늘에 서면 2021. 7. 3. 삼월이의 효용. 막내 귀빠진 날. 네이놈에서 "5년 전 오늘 업로드한 파일을 확인하라"라는 알림이 온다. 17 개의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 앞에,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손자를 바라보는 어머님이 계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놈을 두고 어찌 가셨을까...' 생일날, 이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한 놈. 미역국이나 끓여 놓아야겠다고 달그락거리는데, 고삼월 여사께서 슬그머니 나와 바깥채 댓돌에 엎드려 계시다. 지 언니 퇴근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꼼짝 안 하는 지지배가 무거운 궁딩이를 끌고 행차하신 것을 보면, 콧구멍을 벌렁거릴만한 자극이 있었음이다. 딱히 줄 것이 없으니 입장 곤란해서 눈을 안 마주치려 벽 안쪽으로 숨어 꼼지락거리는데, 올려보는 꼴이 가관이다. 이게 가이 눈여? 별 재미가 없었는지, 한동안 앉았다가 되돌아 우리.. 2021. 6. 30. 자다가 뺨 맞았다. 꼭 1년이다. 임플란트를 이식한 것이. 이식한 두 개에 맞춰 음식을 씹으라는데 볼링 핀 스페어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씹는 기능으로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부분 틀니를 지탱하는 기둥 정도로 여기며 지내왔는데. 작년 7월에 이식하고 앞니 빠진 중강새로 6개월을 버티고(코로나 마스크 덕 봤다) 나머지를 본떠서 마무리했는데, 처음부터 혀만 대도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그러려니 지냈다. 그 부분을 씹는 데 쓰지 않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 잡겠거니 여겼는데, 얼마 전부터는 부분 틀니를 끼고 뺄 때마다 임플란트가 훌러덩 빠지지 않을까 영 조심스럽다. 일 년도 되었고, 아무래도 상태가 어떤지 점검을 받아야 될 듯 싶어, 오늘 일정의 맨 앞에 놓고 치과를 찾았다. 느닷없이 마취 주사를 놓고 빼버린다. "으지지직...".. 2021. 6. 28. 호불호, 그러하니 그러하다. 담배 사러 오밤중에 들린 길 건너 편의점.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맥주 네 캔을 잡아 왔다. 며칠 전 쌀 팔아오며 함께 업혀 온 쥐포. 포장을 뜯을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늙으면 목구멍도 쪼그라든다"던 어른들 말씀이 내 이야기가 된 지 오래. 이젠, 술술 넘어가던 술도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 큰 캔의 맥주가 부담스러운 지경에 닿았다. ☆~ 시간의 공양 / 성봉수 ~☆ 시간의 공양 供養 / 성봉수 이 홉 잔에 혓바닥을 박고 발우를 싹싹 헹구던 뿔 달린 강아지 남길 줄 모르던 젖내 나는 독송讀誦 탁주 반 사발 마저 못 비우는 가시 목구멍의 오늘 2019052 blog.daum.net 2,500원짜리 국산 맥주를 꺼내다 보니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자연스레 3,500원짜리 수입 맥주에 손이 간.. 2021. 6. 26.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