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418 행복한 폭식 역시 에어컨 켜지 않고 잘 버틴 날. 갑자기 삶은 달걀을 먹고 싶어졌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없이 보낸 하루가 벌써 저물어 아랫배에서 맹꽁이 우는 소리가 요란하니, 문득 당긴 달걀의 구미를 멈출 수 없는 노릇입니다. 삶은 달걀을 생각하니 뻑뻑함을 가실 감로수도 필요합니다. 마침 네 알 남은 냉장고 달걀도 사다 놓은 지 오래되었으니 겸사겸사 집을 나서 동네 마트에 어슬렁 다녀왔습니다. 두 알은 반숙으로 나머지는 완숙으로 삶았고요, 삼월이 언니께서 퇴근하며 슬그머니 한 접시 디밀어 놓은 족발 몇 첨을 덜어 상을 차렸습니다. 완숙 네 알은 각 네 등분해 질소함량 높은 간장에 버무렸습니다. 삶은 달걀 하나면 소주 두 병을 먹던, 부글부글 끓는 막걸리에 이렇게 삶은 달걀로 마주 앉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와의 가.. 2023. 8. 17. 발악일지어도... 겨울을 예감하고 조락의 힘없는 햇살 끝에 매달려 마지막 씨앗을 여물기 위해 안간힘 쓰는, 어디 냇가 누렇게 반쯤 뜬 잡초가 있다. 손 놓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매달려 며칠 만에 또 씨앗 하나를 툭 털어냈다. 줄줄줄... 다다익선, 맺히는 대로 여물건 말건 털어내기로 하면야 그중 하나는 누구의 가슴에 싹을 틔우려니... 참 쉬울 일이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개의 구시렁거림에 불과한 일이겠다만, 그냥 이렇게 내 한때를 담담하게 살아내는 중이다. 밤새 미동 없는 바람종. 멀리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니 감사한 일이다. 내 존재의 더듬이를 떨리게 했던 파장들처럼... 202308152932화 이선희-알고 싶어요 OOO GOP, 대북확성기로 울리던 이 음악. 맺는 곳 없이 혼자 멀리도 울려 퍼지더니.. 2023. 8. 16. 하늘나라 동화 딸, 피아노 앞에 모여 앉아 이 노래를 부르던 것이 어제 같은데, 시간이 언제 여기까지 왔나 모르겠구나. 너를 믿고 자존감 있게 하루하루 알차게 쓰고 날마다 발전하는 당당한 사람이 되거라 밥 잘 챙겨 먹고 다니고 건강하고. 202308152847화 91 MBC 창작동요제대상-하늘나라 동화 2023. 8. 16. 좋은 하루, 되시고요. 202308132930일 2023. 8. 14. 아름다울 날들을 위해. "멱국 한 그릇 퍼다 놨어요. 셋째는 이따 일어나 차려 먹는다니 그냥 한 끼 말아 먹어요" 그렇게 삼월이 언니가 출근하고 세 시간쯤 지났을까? 부엌문을 열고 마주한 식은 밥과 국. 음산한 풀섶을 헤치고 도착한 산신각, 거미줄이 출렁이는 엉성한 대들보 아래 호랑이를 타고 앉은 긴 수염의 산신님이나 칠성할매님의 탱화 앞에 올려놓은 제물이거나. 단청이 모두 벗겨진 어디 오래된 사찰 한구석 삐걱대는 마루를 섬뜩하게 밟고 올라선 명부전 부처님 앞에 고인 잿밥 같다. 그래서일까? 당연하게 레인지에 돌렸을 밥과 국을 그대로 쟁반에 담아 마주 앉았다. 하... 혓바닦을 깨물었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엄청 아프다. 유일한 아비의 능력, 축하 케이크 사주는 것. 하던 대로라면 저녁 무렵 사 오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교정 .. 2023. 8. 11. 감사하는 밤. 네 시. 고장 난 문이 덜컹거리며 열리는 소음에 계산대에 엎어져 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참 곤한 잠일 텐데 미안하다... 담배와 라면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 아직은 차도 인적도 흔적 없는 거리에 바람이 아름답게 분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지만, 하늘엔 아직 중천에 닿지 않은 달이 어제보다 한 수저는 덜어낸 모습으로 무심하게 내려보고 있다. 오래된 집 마당. 바람종이 참 이쁘게 운다. 내 지금의 모든 시간에 그저 감사한다. 202308082850화입추 들무새_기타-사랑하는_그대에게 2023. 8. 9. 달을 보고 짖다. 술밥 먹고 와 샘에 가서 물 좍좍 뿌리고 나가기 전에 씻어 물 잡아 놓아던 밥솥 취사 버튼 누르고 누웠다가 까뭇 잠들었습니다. "증기 배출이 시작됩니다" 까지는 들었는데 그냥 모르쇠 잠들었습니다. 잠들었다가 하도 더워 눈 뜨니 새로 한 시 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켜놓고 물 뿌리러 밖에 나오니 날이 시원합니다. 3:30~ 6:30. 며칠 전 올 들어 딱 한 번 튼 것을 빼고 에어컨 의지 없이 잘 버텼는데 이 선선한 밤에 트니 전기 닳는 것이 아깝습니다. 다시 들어가 에어컨을 끄고 현관문 활짝 열고 모기향 새로 펴 놓고 다시 샘으로 가 시원하게 물 좍좍 뿌리고 들어왔습니다. 들어와서 모처럼 코 묻은 돈 적선하는 포스팅 하나 올렸고요. 지금부터는 부탁받은 원고 교정 보고 여유 시간이 되면 깁다 만 시.. 2023. 8. 8. ☆~詩가 된 音樂~☆ 오디오 엑스포 고음질 시연 음악 파일 01. Birds - Dominique Fils-Aimé (00:00) 02. Million Years Ago - Adele (3:39) 03. Without You - Mariah Carey (7:22) 04. The Moon Represents My Heart - Zhao Peng (10:55) 05. The Origin of Love - Hedwig And The Angry Inch - Original Broadway Cast (15:33) 06. A Case Of You (Live) - Diana Krall (21:06) 07. My Neighbour TOTORO (from 'My Neighbor Totoro') - Joe Hisaishi, London Symphony Orchestra (27:5.. 2023. 8. 7. "피부 좋다" 몇 년만에 만나 친구. 이틀이 지나고 곰곰 생각하니, "좋다"가 아니고 "좋아졌다"였다. 그러니, 사람 귀가 얼마나 간사한 건지 원... 하긴, 결혼하고 서른 훨씬 넘은 어느 무렵까지도 벌집 건드린 놈처럼 주먹만 한 여드름으로 도배하고 산 청춘이었으니 그때랑 비교해서 좋아진 건 분명헌디... 그 무관심의 훈장으로 진피처럼 되어버린 피부는 그대로인디? 작년부터 스킨이라도 열심히 바른 덕을 보는 건지 어떤 건지 ㅋㅋㅋ 절기가 어찌 되는 건지, 작년까지만 해도 하지 지나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밤이 길어지더니, 올핸 절기가 거꾸로 가는지 도통 밤이 길어지지 않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네. 식전 댓바람부터 까마귀 울음은 또 뭐랴? 202308053024토 서수남_하청일-즐거운여름mix여적암탁족 속리산 여적암 입구 .. 2023. 8. 6.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이겠으나.... 미스터팡-줄리아_안동역에서_해운대연가mix2022/바람그리기 동부 역사 쪽으로 향하는 인적 끊긴 통로를 반쯤 지났을 때, 뒷주머니에 폰을 꺼내 무한 반복으로 재생시킨 음악. C 시에서 찾아온 오랜 동무와 오후 세 시를 넘기며 시작한 술자리를 날을 넘겨 그렇게 마감하며 돌아왔다. 컴을 열고, 옷을 훌러덩 벗고, 볼륨을 최고로 올려 이 음악을 틀어 놓고 샘에 나가 좍좍 물 뿌리고 들어와 커피를 타서 다시 서재 의자에 앉아 무한 반복되고 있는 이 음악의 꼬리를 잡고 '그냥_'앉아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내 입이 점점 닫혀가는 까닭을... 202308032601목 쥔 잘 못 만나 죙일 곡기 귀경 못한 탈아 미안하다. 눈이 다 아프네. 전부 귀찮다. 일단 눕자. 하루 잘 살았으니 내일에 모자랄 것 없는 일이다. 2023. 8. 4. 깨진 바가지 아래턱에 나사 하나 박고 온 날, 지난번엔 어찌 네 개를 박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비몽사몽 깨진 바가지같이 하루를 보냈다. 하필이면, 그렇게 반쯤 풀린 몽은 주사 기운과 그 크기만큼 점점 심해지는 통증 사이에서 비루먹은 가이처럼 늘어져 있는데 큰 애가 퇴근길에 이것저것 먹거리를 들고 모처럼 들렸다. 종일 마빡 벗겨지게 더웠으니 시원한 맥주 한 잔 보탰으면 좋았을 일인데 피자, 치킨, 도넛 하나씩만 가위로 잘라 대충 우물거려 넘기고 일어섰다. 아홉 시쯤, 밥 한술 간장에 비벼 먹고 이 닦고 새로 네 시가 가깝도록 서재에 앉아 절구질하다가 엉거주춤 기어나와 처음으로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잤다. 쥐가 들어오거나 고양이가 들어왔다 나가거나 말거나, 거실문을 닫을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픽, 쓰러져 잤다. 물론.. 2023. 7. 29. 여우가 놀러 온 줄 알았더니…. 장마가 끝났다는 보도. 그러니 급하게 뛰어나가다 멈춘 걸음. 후드득 젖은 것이야 잠깐의 볕으로도 금세 마르리라... 내가 소모하는 에너지 효용이 더 이득 되는 쪽을 선택해, 이틀째 잡고 있는 깁던 시를 놓고 뛰어나가다 멈춘 짧은 순간의 판단. "우다다다..." 멀리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종이 박자도 없이 울리기 시작한다. 오래된 마당 빨랫줄에 걸려 명태가 다 되었던 빤스 하나 수건 하나 바다로 돌아가니, 거둬들이기엔 이미 늦어 의도 없이 우화 속 백면서생이 되었다. 202307261429수 Franck_Pourcel-Mister_Lonely 세금. 2023. 7. 27. 나는 충분히 우울했다. 외면할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해서라면, 모른 척 외면해 시간의 풍화에 잊혀진 먼지로 만드는 것이 편한 일이겠지만 자기부정의 모순이고 진정에 대한 배반이다. 봉인을 풀고 나를 불렀다. "구멍"과 "별"을 잡고 밤을 샜다. 엉킨 매듭을 잘라버리기도 하고 잘라낸 곳을 새 끈으로 엮어보기도 하고... "구멍"과 "별" 사이에 얽힌 젖은 매듭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밤을 나며 들은 음악... 나는 충분히 우울했다. 그렇지 않아도 온통 우울한 뉴스들로 마음의 절반은 질질 끌고 지내는 요즘인데, 나는 충분히 우울했으나 더는 깊어지지 않으려 무던 애썼다. 하지만 지금도 외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 시로 접어들며 비가 잠깐 후드득 뿌렸고 커피가 떨어져 녹차를 마셨다. 담배 떨어진 것만큼이나 불편.. 2023. 7. 25. 날 밝았다~! 정리해 놓은 카테고리로 들어가지 못하고 스팸으로도 분류되지 않고 쌓여 있는 잡다한 메일들. 그래서 맘먹고 열어보지 않으면 발신지만 훑어보다가 그냥 지나치게 되는 잡다한 메일들. 오늘 그 메일 중 며칠 전 도착한 하나를 무심코 열어 확인했다. 지금 기억으로는 얼추 십 오육 년 전에 청탁이 왔던 곳. 보낸 시가 편집 오류로 두 행이 한 행으로 붙어 출간되었던 종합문학지. 그래서 발행인에게 전화해 개지랄을 퍼부었던 곳. 창간하고 몇 해 되지 않은 무렵이었으니 "계간도 아니고 월간이 몇 해나 가랴..."는 의구심으로 관심에서 멀리 두었던 곳. 그러는 동안 발행인의 연락처가 바뀐 것도 모르고 지냈던 곳. 그런 곳에서 청탁서가 도착해 있다. 지금까지 폐간되지 않고 발행되고 있다니 괜히 머쓱하고 미안하다. 프로필에 .. 2023. 7. 24. ☆~詩가 된 音樂~☆ 하이난 사랑 / 권성희 하이난 사랑 코발트빛 바다 늘어진 야자수 아래 아롱만 해변에서 처음 만난 남국의 아가씨 칵테일 한 잔 두 잔 정들어 가는 하이난의 밤 분위기에 취해서 그 사랑에 취해서 잊을 수 없는 정든 밤이여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둘이서 새긴 그 사랑 젊음이 불타는 하이난의 밤 아~아~ 잊지 못할 하이난의 밤 검푸른 파도가 춤추는 야자수 아래 아롱만 해변에서 처음 만난 남국의 그 사람 연분홍 와인 잔에 정들어 가는 하이난의 밤 분위기에 취해서 그 사랑에 취해서 잊을 수 없는 정든 밤이여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둘이서 새긴 그 사랑 젊음이 불타는 하이난의 밤 아~ 아~ 깊어가는 하이난의 밤 깊어가는 하이난의 밤 권성희 2007 Typhoon Remix-바람그리기 reremix ☆~ 詩와 音樂 ~☆ :: 플레이바에서 음원 .. 2023. 7. 23. 알 수 없어요. 지루한 장마 중에 오랜만의 개인 날. 많은 비에 어르신들 흉한 꼴은 안 당하셨는지, 선영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딱, 예상한 곳에 예상한 만큼의 물골만 났으니, 폭우에 노심초사하던 걱정은 내려놨습니다. 비가 더 온다니, 물골 난 곳 윗대 조상님부터 차례로 손보며 부모님께 내려왔습니다. 지난봄. 두어 차례 오가며 보식했던 법면과 고라니가 지랄해 놓았던 봉분. 산중턱에서부터 양동이로 퍼다 날라 보식한 잔디 위에 복토해 놓았던 것, 애쓴 보람도 없이 다 쓸려 내려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보식한 떼는 모두 붙어 있어 그중 다행입니다. 맘으로는 다시 복토하고 오려고 가져갔던 양동이. 뒤질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날은 어찌 그리도 덥고, 잡부 나서는 긴 옷 챙겨 입고 장화까지 신고 갔는데도 뭐가 그리.. 2023. 7. 20. 고맙습니다. 잘 살아 있습니다. 비가 참 질기게도 오셨습니다. 해마다 겪는 장마지만, 며칠을 멈춤 없이 내리는 비는 처음 경험해 봅니다. 지척에서 지하차도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늘 오가는 길이니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 살고 죽는 것이 참 찰나의 일이구나 새삼 생각했습니다. 주검을 수습할 아량이라도 베푸는 듯 잠깐 비가 멈춘 낮. 맨몸을 면하려고 걸치고 사는 망사조끼 터진 곳을 꿰매고, 때가 꼬잘 거리는 칠 부 냉장고바지와 함께 빨아 널었습니다. 그러고는 우산을 챙겨, 어제 도중 비가 너무 많이 와 포기하고 돌아섰던 물 구경을 나섰습니다. 시내와 천변 산책로를 연결하는 우회도로 위 육교. 로프를 들추고 올라섰습니다. 지금은 우회도로가 되어 있는 다리 아래 예전 제방 길. 장마가 멈추고 나면 시.. 2023. 7. 17. 오늘도 승리하소서 202307070630小暑 2023. 7. 7. 처럼은? 그건 니 생각이고! 어제 다섯 시 반. 눈곱 매달고 쓰레빠 끌고 시내 한 바퀴 돌고 편의점에 들러 담배 사서 역 광장 흡연 부스 밖 돌의자에 앉아 담배 먹고 돌아오며, '나 어릴 때, 손 없는 누군가에게 갓난애 뺏긴 노숙녀가 여기서 이렇게 헤매고 다녔는데... 누구를 만나기로 했거나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이른 시간 뜬금없이 집을 나서 서성이는 꼴이 꼭 넋 빠진 놈처럼...' 오늘 여섯 시 반. 몇 해 전, 옥상 방수공사 할 때 접착제와 도료가 튀어 마치 때 절은 것처럼 보이는 칠 부 냉장고 바지와 건빵 주머니 하나가 뜯어져 삼복 때 강아지 혀처럼 헤벌쭉 늘어진, 맨몸에 걸친 아버님 입으셨던 망사 조끼. 영락없는 노숙인처럼 또 그렇게 앉아 담배 먹고, 떨어진 식모커피와 핸드폰을 양손에 나눠 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처럼은... 2023. 7. 4. 설거지통 앞의 토룡과 당랑 만고불변의 법칙,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다." 밥과 술과 차 얻어먹고 기념품 보따리 들고 돌아오는 우산 속 사내의 젖은 바짓단을 보며 생각한다. "어정쩡 앉아 엉검불 같은 몇 마디 뱉고 하루 반나절치 잡부 일당을 받았으니, '머리가 나쁘니 손발이 고생하는 것'을 자처한, 그러하여 당연한 그런 사람이 된 당신의 어제가 이래도 옳았느뇨?" 일머리를 알고 잘하는 사람이 "과방"을 보기 마련인데, 그러하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설거지통을 차고앉아 있기를 자처했던 "비겁함 혹은 이기심"을 말이다. 그러면서, 곰돌이 눈깔 단 한 달쯤, "관리직 전환"을 제안 받고 그날로 사표를 던졌던 한때 공순이 큰 애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열성 유전자 우성의 법칙"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해야, 진흙 구덩이의 토룡.. 2023. 6. 30. 열무김치. 장마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 옥상 올라가 비설거지하고 내려와 털갈이로 집안 천지에 날리는 삼월이 털 쓸면서 문득, "누님 허망하게 떠나신 지 올해 만 10년이네... 내가 얼추 그때의 나이에 닿았고..." (그제 어금니 하나를 사망 통보받고 발치 날을 잡아 놓았겠다.)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사람 목숨, 오고 가는 게 참 별거 아닌데... 6월이 다 가도록 열무김치 한 번 맛보지 못한 독거노인이 측은하다는... 시간은 밥때가 훨씬 지났어도, 생각난 김에 비 오시기 전에 장에 다녀와야겠다. 집을 나서니 멀리 사거리 노변에 천막이 보이는 것이 마침 장날이다. "열무를 귀경을 못 혀유!" 지난 어느 장엔가 한 단 3,000원 하는 것을 보았는데, 파장의 삐들 거리는 열무를 5,000원에 비닐봉지에 담아 넣으며.. 2023. 6. 25. 바램. 영등포역 노숙자 냄새 팍팍 나는 삼월이 우리에 고개들이 밀고, 밤새 사라진 쓰레빠 한쪽을 찾아 신고 오래된 집 마당을 휘이 한 바퀴 돌고 들어 와 첫 커피와 담배를 물고 시작하는 하루. 오전 잡부 마치는 대로 그제 예약한 치과 들려 상황파악하고, 저녁엔 C시 모임에 다녀와야 하고, 중간에 텀이 있으면 혈압약 타러 다녀와야 하고... 아쉬움 남기지 않는 하루가 되길. 202306230600금 늦은 봄에 전기매트 걷고 모기장 펴 놓고 출입 없던 안방. 뜬금 없이 떠오른, 이이의 자경문 4조 10조에서와 명심보감에서 이른 "혼자 있을 때 삼가라". 그 생각이 닿은 '그러니 자리는 가려 자야지'라는 생각에 기어들어 간 사흘째. 오늘에서야 불편함 없이 숙면. 술기운도 있었으려니... 2023. 6. 23. 서러운 신록. 콩물 남은 것. 쉬어버리기 전에 먹어 치우려고 귀찮음을 감수하고 불 앞에 섰다. 충전기를 꽂아 놓은 폰에서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통곡. . . . 202306201322화 김인배 트럼팻, 방 미 - 내 사랑, 목숨, 운명 mix 국수물이 끓어 넘치거나 말거나, 오래된 집 화단의 신록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서럽다" 내가 잡은 신록의 지금이, "왜 이다지도 잔인하게 서러운가..."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이별을 고다 / 성봉수 이별을 고다 / 성봉수 토종닭 한 마리를 압력솥에 구겨 넣고 불 꺼진 부엌 냉장고에 기대앉아 비탈리의 샤콘느를 듣는 우(憂)요일 활은 칼이 되어 내 심장을 자근자근 찢어대는데 부실한 내 사랑 sbs150127.tistory.com 2023. 6. 20. 공공의 잡부. "시를 쓰셔야지 왜 일을 다니셔요..." 오래전 카트리지 전자담배가 나오던 초창기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이 불었을 때, 그때 '입고되면 알려주십사' 편의점 여사님께 문자 남겼는데. 내 폰 문자 발송에, "시인 성봉수 아룀"이라고 사전 설정되어 있던 것을 깜빡하고 그냥 보냈었는데, 그 이후 잡부 마치고 귀가하며 누더기에 장화를 터벅터벅 끌며 담배 사러 들릴 때마다 건네주시는 덕담. 오늘. 오전 짧은 잡부 마치고 변함없이 담배 사러 들렸는데, "유튜브에도 시 올리시죠?" '아... 녜, 어찌 아셨어요?' "제가 유튜브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니까 시인님이시데요. 늘 보고 있고 좋아요도 눌러요." '어이쿠 고맙습니다!' 내가 이래서 근래의 사진은 가급적 올리지 않는데, 이거 어디 가서 허튼소리했다가는 손가락질받기 .. 2023. 6. 19. 이전 1 2 3 4 5 6 7 8 ··· 18 다음 mor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