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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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145

훑고 매달리다. 새로 박은 이빨 진료 예정일. 전날 잡부 나가던 아침까지 푸르던 가로의 은행잎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아, 하루 사이에...' 진료를 마치고 되돌아 나오는데, 아침부터 불편했던 속 때문에 방앗간에 맘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룻밤에 뒤바뀐 이 계절의 감흥을 그냥 지나치기는 서운하고... 천변 산책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커피숍에 들렸다가 귀가. 그리고 사달이 났다. 사흘째 계속되는 몸살과 복통. 곰곰 생각하니,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제 잡부 마치고 먹은 점심 갈비탕에 매운 다진 양념을 풀었던 것 하나뿐이었는데... 잠을 설치도록 이런 통증은 처음 겪어보니 당황스럽다. 별수 없이 약을 사다 먹었더니, 지난밤엔 조금 나아진 듯도 싶고. 참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 "훑고 매달린다." 한국어의 위대.. 2021. 11. 4.
그리움의 나신 오뎅나베에 따끈한 사케 한잔하고 싶은 날. 손님을 끌 만한 상점들은 대학가와 인접한 철도 건너 아파트촌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 데다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고 나니 아무리 생각해도 썰렁한 구도심 어느 곳도 마땅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철도 건너까지 꾸역꾸역 건너가 혼자 청승을 떨(만한 적당한 곳도 사실 없지만….)기도 귀찮고. 불연, '내가 사는 곳이 대도시였다면 이런 영양가 없는 고민이 필요 없을 텐데….'라는 생각. 이래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나 보다. 궁리는 시간만 잡아먹어 벌써 자정을 넘겼다. 길 건너 편의점에 들러 인스턴트 어묵탕 두 팩과 좋은 술 한 병을 챙겨와 곰돌이와 마주 앉았다. 청하를 들었다가, '정종이면 어머님 제사 모신 퇴주가 잔뜩 한데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어 .. 2021. 10. 24.
김장 무렵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부는 바람이 매섭다. 꼭, 김장 무렵 같다. 김장하는 날이 하필 추웠던 건지, 추운 날을 골라 김치를 담갔던지 그 무렵의 날씨가 꼭 이랬다. 머플러를 둘러쓴 어머니. 연신 흐르던 당신의 콧물.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그 무렵의 기억 안에 고무장갑 같은 것은 없다. 온 나라가 그런 형편의 세상이었기는 해도 변변한 먹거리가 없었던 시절. 대가족 살림의 겨울나기에서 김장은 필요조건이었겠으나, 두 접, 세 접씩 김치를 담가야 했던 어머니. 그 고단하던 수고가 떠올랐다. 새끼들 걷어 먹이고 앞길 닦아주느라 일생을 희생하신 어머님. 이제 와 생각하니, 맘 편히 손 놓고 지낸 것이 80 평생 중에 몇 해나 되었는지 싶다. 기껏 그 무렵이 되었을 때는 아버님이 떠나셨고 운명하시기 전까지는 병마.. 2021. 10. 18.
이렇게 밤을 난 것이 언제였나? 30시 30분. 어젠 긴 팔과 긴 바지를 꺼내입었고 양말도 챙겼다. 내 여명이 드는 창. 조만간 일년내 묶어두었던 커튼을 드리우겠지. 이 무렵. 이 일 년이 지난 삼 년 만큼 길었다. 누구는 밥을 짓거나 누구는 운동하는 지금, 이제 자리에 누워 벽시계의 초침 소리를 따라 잠을 잡으려는 누구는…. 2021. 10. 14.
행복하시라. 며칠 전 모습이니 지금은 가을이 더 깊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다 맺은 것 없이 툭, 떨어져 뒹구는 시간 앞에서 생각합니다. '잠시 쓸쓸하긴 하여도, 아플 것까지는 없는 일이다..." 드문드문 잡부 품팔러 나가고, 남는 시간은 어항 앞에 쭈그려 앉아 그냥 별것 아니게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빕니다. 성봉수 절. 2021. 9. 19.
껑충 뛰어 보약. 면도하는데 피부와 입술로 분열된 경계의 턱이 뜨끔하다. '쪼르르...' 맑은 피가 흐른다. 사춘기 무렵. 이상하게 자주 쥐가 났다. 어떤 때는 멀쩡하게 잠을 자다가 갑자기 다리가 올라붙었는데... "내가 너 배서 그렇게 쥐가 자주 났는데 너도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은 뱃속에서 한 첩씩이라도 보약을 얻어먹었는데, 너 때만 못 먹었어. 그래서 그런지..." 쥐약병을 준비해 놓고 낳은 여섯째가 나였으니 태중에 보약을 못 얻어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으나, 다섯째인 바로 손위 누나에 대한 기억이 문드러졌다. "남동생 보면 빨간 구두 사주겠다"라고 했다던 정황상으로는, 손위 누나도 태중 보약은 언감생심이었던 것 같은데, "약주 드신 할아버지께서 섭골 본가로 올라가시기 전, 약 한 첩 건내주시고 가셨다"라던 어.. 2021. 7. 29.
월하리 공동묘지 (내 발 내놔~!!!) 월하리 공동묘지 1967 한국 공포 상영시간 : 89분 감독 : 권철휘 출연 : 도금봉, 허장강, 황해, 박노식 외. 지도 크게 보기 ※ 월하리는 제 외가인데요, 어느 마을이나 그랬듯 '애장터'는 있었겠으나 공동묘지는 없습니다. ※ 2021. 7. 23.
운수 좋은 날. 반 대가리 잡부 부려 세 군데 현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오야. 점심 갈비탕값과 편의점 2+ 커피값을 보태도 지출 총량이 돈 십만 원도 되지 않는 영양가 있는 하루다. 두 번째 현장 폐기물을 하차하다 긁힌 못. 심심찮게 있는 일인데도 상처 자체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것이, 이번엔 뭔가 기분이 께름칙하다. 일하는 내내 "못 밟은 다음 날 파상풍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급사한 어떤 멀쩡하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점심 먹고 반 대가리 일당 받고 헤어져 터벅터벅 걸어 병원에 들렀다. '네 시간 전이니, 아홉 시쯤인디유?' "아이고, 바로 오셨어야 했는데 어디 상처 좀 봅시다!" 찢어진 바지를 손가락으로 벌려 보여주며 그냥 파상풍 주사나 한 대 맞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진료실 침대에 앉은 것도 누운.. 2021. 7. 21.
된장 맛이 된장 맛이지 별겨? 반 대가리 잡부인데도 평소보다 얼추 한 시간을 일찍 마쳤다. 흘린 땀의 총량이야 그런저런 날의 종일과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점심을 못 먹었다. 먹긴 먹어야겠는데, 참 덥다. 주소의 첫머리에 "안(內)"자 가 붙은 골목길 산 아래 첫 집. 그러니 문명의 오염에 대한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 일 듯싶어 텃밭에 기댄 담장에서 챙겨 온 호박잎. 원래는, 엊저녁 한 달 치 끓여 냉장고에 넣어둔 된장국에 보탤 생각이었는데, 적당한 놈은 우선 쌈 싸 먹기로 했다. 강된장을 찌는 동안 탈수 돌려놓은 속옷 나부랭이를 널고 엊저녁 설거지를 하고, 강된장을 꺼내고 강된장 만드느라 덜그럭거린 것들 씻어 치우는 동안 호박잎을 찌고. 큰 것은 쌈 싸 먹고 작은 것은 찍어 먹고. 엊저녁 먹고 남은 콩물로 국을 삼았으니, 모든 면으로.. 2021. 7. 14.
개무시하는 개. 삼월아, 나이 먹으면 소화력이 떨어지니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라는 것 잘 안다. 현실 파악 못 하고 마냥 욕심부렸다가는 똥구녕 찢어질 수도 있다는, 그래서 절제된 선택적 취식을 하는 중이라는 것 잘 안다. 참 현명하다. 나잇값을 하니, 천년 목숨 욕심으로 사는 사람보다 낫다. 기특하다. 삼월아, 그래도 그렇지! 내가 "밥 먹어!" 소리도 못 하니? '밥 먹어!' 소리했다고 눈을 그 지랄로 홉뜨고 올려다볼 일이니? 나쁜 년! 개가 사람을 개무시하면 되것니? 2021. 7. 9.
우리 아빠, 뒤통수 스파이크 "빡!" 쌓여가는 책들이 부담스럽다가도 읽을거리가 많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한 포만감을 부른다. 현찰이 두툼하게 든 지갑을 챙겨 반가운 사람과의 술자리로 향하는 걸음걸이 같다. 그래서 오늘은 책을 읽는 날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음악을 틀어 놓고 책장을 넘긴다.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 언제 들어오셨는지 아버지께서 등 뒤에 서 계신다. 언제부터 서 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풍겨오는 술 냄새를 보니 틀림없이 서 계신다. "음악을 틀어 놓고 무슨 공부를 햐 인마!" '저는 틀어놓고 해야 잘 되는디유. 다들 그렇게 하고요...' 잔뜩 주눅이 들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내게 아버지께서는 단호하게 명령하셨다. "꺼!" "끄라고! 시끼러워 죽것어!" 음악을 끄는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께서 나가셨다.. 2021. 7. 6.
당 떨어졌다! 파전에 막걸리는 고사하고, 장구루마 안 끌고 나갔다가 당 떨어져 뒤질뻔했다. ㅋㅋㅋ 서둘러 되짚어 오느라고 어깨 빠지는 줄 알았네. 냉장고에서 꺼낸 떡이 사흘쯤 지난 가래떡같네. 서금서금한 중국산 전자레인지라도 사야 하는지 원. 비, 자알 오신닷. 2021. 7. 3.
나팔꽃으로. 늦은 장마가 집중호우의 양상으로 전국을 휩쓸 거란 예보. 옥상으로 지붕으로... 비설거지를 해놓고. 출정의 나팔을 기다리는 전사같이, 침묵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아침. 시간의 이끼같이 때 절은 회색 담장을 타고, 아기 나팔이 줄지어 잎을 벌은 오래된 집 마당. 이 아침의 다를 것 없는 평상의 고요가, 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로 새삼 감사함이 된다. 비의 예보같이, 내 시간의 굴레가 닿을 목적지를 알 수 있다면, 오늘이 어제보다 얼만큼이나 더 감사하고 고마움일까? 아니.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가늠하지 않는 일이겠다. 나팔꽃을 바라보는 내가 아닌, 그냥 오늘에 핀 나팔꽃으로…. 이문세-가로수 그늘에 서면 2021. 7. 3.
삼월이의 효용. 막내 귀빠진 날. 네이놈에서 "5년 전 오늘 업로드한 파일을 확인하라"라는 알림이 온다. 17 개의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 앞에,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손자를 바라보는 어머님이 계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놈을 두고 어찌 가셨을까...' 생일날, 이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한 놈. 미역국이나 끓여 놓아야겠다고 달그락거리는데, 고삼월 여사께서 슬그머니 나와 바깥채 댓돌에 엎드려 계시다. 지 언니 퇴근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꼼짝 안 하는 지지배가 무거운 궁딩이를 끌고 행차하신 것을 보면, 콧구멍을 벌렁거릴만한 자극이 있었음이다. 딱히 줄 것이 없으니 입장 곤란해서 눈을 안 마주치려 벽 안쪽으로 숨어 꼼지락거리는데, 올려보는 꼴이 가관이다. 이게 가이 눈여? 별 재미가 없었는지, 한동안 앉았다가 되돌아 우리.. 2021. 6. 30.
자다가 뺨 맞았다. 꼭 1년이다. 임플란트를 이식한 것이. 이식한 두 개에 맞춰 음식을 씹으라는데 볼링 핀 스페어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씹는 기능으로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부분 틀니를 지탱하는 기둥 정도로 여기며 지내왔는데. 작년 7월에 이식하고 앞니 빠진 중강새로 6개월을 버티고(코로나 마스크 덕 봤다) 나머지를 본떠서 마무리했는데, 처음부터 혀만 대도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그러려니 지냈다. 그 부분을 씹는 데 쓰지 않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 잡겠거니 여겼는데, 얼마 전부터는 부분 틀니를 끼고 뺄 때마다 임플란트가 훌러덩 빠지지 않을까 영 조심스럽다. 일 년도 되었고, 아무래도 상태가 어떤지 점검을 받아야 될 듯 싶어, 오늘 일정의 맨 앞에 놓고 치과를 찾았다. 느닷없이 마취 주사를 놓고 빼버린다. "으지지직...".. 2021. 6. 28.
호불호, 그러하니 그러하다. 담배 사러 오밤중에 들린 길 건너 편의점.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맥주 네 캔을 잡아 왔다. 며칠 전 쌀 팔아오며 함께 업혀 온 쥐포. 포장을 뜯을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늙으면 목구멍도 쪼그라든다"던 어른들 말씀이 내 이야기가 된 지 오래. 이젠, 술술 넘어가던 술도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 큰 캔의 맥주가 부담스러운 지경에 닿았다. ☆~ 시간의 공양 / 성봉수 ~☆ 시간의 공양 供養 / 성봉수 이 홉 잔에 혓바닥을 박고 발우를 싹싹 헹구던 뿔 달린 강아지 남길 줄 모르던 젖내 나는 독송讀誦 탁주 반 사발 마저 못 비우는 가시 목구멍의 오늘 2019052 blog.daum.net 2,500원짜리 국산 맥주를 꺼내다 보니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자연스레 3,500원짜리 수입 맥주에 손이 간.. 2021. 6. 26.
촌스러움을 위하여 선영에서 내려와 차를 돌리려는데 문득 보이는 꽃. 코스모스다. 코스모스꽃이 만개할 때면 하늘에는 으레 잠자리 떼의 군무가 한창이기 마련이니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지구 온난화로 계절의 구분이 모호해진 데다가 아무리 평지보다 평균기온이 낮은 산중이라지만, 여름 장마가 시작도 하지 않은 초여름에 가을꽃이 피었다. 언제부터인지 가을이라도 쉽사리 마주하지 못하는 형편의 꽃이 되다 보니 생뚱맞지만 반갑다. 예전엔, 길가 어디에도 흔하게 피던 꽃. 특히 추석 성묘 무렵이면 도로변 흙길에 군락을 이뤄 귀성객들을 반기던 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범 마을의 희생양이 되어 모가지가 사정없이 잘려 나가고 [고향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에 자리를 내어주더니만, 지금은 풀 깎기가 의 한 종류가 되어 주기적으로 .. 2021. 6. 22.
가인(佳人)의 흔적을 잡고. " 오래된 집 마당에 내린 조각 볕이 사라진 휴일 늦은 오후. 나는 그제야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서서 면도 자리에 화장수를 바르고 있다. 서재 컴퓨터에서 종일 흘러나오는 음악. 랜덤의 음악이 '미소라 히바리'에 닿았다. ☆~ 일본의 이미자 노래 모음/ 미소라 히바리 노래모음/ 바람 그리기~☆ 01) 戀人よ(연인이여) 02) 川の流れのように(흐르는 강물처럼) 03) 釜山港へ歸れ(돌아와요 부산항에) 04) 悲しい酒(슬픈 술) 05) みだれ髮(흐트러진 머리) 06) 裏町酒場(뒷골목[우라마찌]술집) 07) blog.daum.net 순간, 내 가슴 한쪽이 우르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인. 그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음악을 들으며, 그의 화려했던 어제와 보잘것없는 나의 오늘이, 죽은 자와 산.. 2021. 6. 20.
옛 인연을 쫓아 사라지는 것들. 화단을 온통 점령해버린 폭군 앵두. 혼자만 성한 가지와 나뭇잎으로 세를 불린 부작용이 너무 크다.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봐도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보는 법"이라던 어머님 말씀, 옛말 그른 것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그나마 손 보지 않아도 때를 알리던 맨드라미, 봉선화, 채송화 이것저것 화초들이 차츰차츰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뒤돌아서면 어느 틈에 음식물 쓰레기를 팍팍팍 묻어 놓는 옆방 아줌마 덕분에 두엄 통이 되어버린 것과 다름이 없는 데다가(오죽하면 모종삽을 감춰 놓기까지 했어도, 만세 부른지 오래다), 작년 가을 난 분갈이를 하며 포기 나눈 여분의 것들을 마땅하게 처치할 방법이 없어 화단에 쌓아 두기까지 했으니 당연, 잡초조차 버텨낼 재간이 없다. 마치 깊은 산속 볕이 잘 드는 .. 2021. 6. 17.
변죽 어제 올해 들어 처음 '유홍초'한 송이가 폈다. 병원 외래진료 마치고 지친 허리를 끌며 집으로 돌아오다 "섭골 작은 할머니 댁 울에 해마다 장관이었던 추억"을 말씀하시는 어머님과 함께 철도 보선 뒷길에서 씨를 받아왔던 그 아기별꽃이 폈다. 어머님이 심고 기르신 "창포"가 올해도 죽지 않고 한 대궁 솟은 화분 위에, 작년 떨어진 씨앗이 새 우주를 열었다. 반갑고도 슬프다. 그러더니 오늘은 진보라의 나팔꽃이 폈다. 오늘의 한 컷 _나팔꽃(진보라) ⓒ 詩人 성봉수 [나팔꽃_20210613_110459_오래된집마당] ▶본 이미지는 광고를 열람하는 방문자님의 후원으로 저작권 없이 무료 배포합니다◀ 詩人 성봉수 아룀 sbs210115.tistory.com 작년보다는 이른 듯싶은데, 여름도 그만큼 빨리 닿았다는 말이.. 2021. 6. 14.
미국 돼지. 징그럽게 더웠던 날. 종일 물을 먹었어도 밤늦도록 가시지 않는 갈증. 잡부 일당 마치고 돌아와 마당 샘에서 쉰내 나는 몸을 씻는데, '어이쿠나!' 수건 챙겨 오는 것을 깜빡했다. 사위가 쨍쨍한데, 빨랫줄에 걸린 수건 떼느라 알몸 행차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땀에 전 찝찝한 옷을 도로 입고 나설 수도, 물 묻은 몸으로 새 옷을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낭패다. 마침, 옆방 아줌마 퇴근시간이니 조금 기다려보기로 하자. 평소보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대문 열리는 기척이 없다. 예라이, 모르것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서 있다가 알몸으로 잽싸게 나서 수건을 챙겨 샘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추 10분 남짓 그렇게 엉거주춤 서 있자니, '옆방 아줌마건 건너 채 아줌마 건, 알.. 2021. 6. 11.
딱, 걸렸다. 콩잎. 1층 옥상의 것은 떡잎이 벌써 진초록으로 바뀌고 그 기세가 자못 당당한데, 마당에서 솟은 순은 가장 먼저 세상 구경을 했으면서도 벌거지가 다 뜯어먹어 하나같이 빌빌거리며 멈춰져 있다. 내가 어쩌다 심은 거라면야 이리되든 저리되든 상관없는 일이겠다만, 멀리의 노 시인께서 일부러 보내주신 종자의 형편이 이렇다 보니 맘이 영 불편하다. "뭐지?" "도대체 뭐가 이리 만들어 놓는 거지?' 낮에는 아무리 살펴도 그 못된 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고, 그러면 밤사이에 그리해 놓는다는 말인데... 짐작 가는 것이 있어, 삼월이도 잠들어 기척 없는 마당에 폰을 들고 내려섰다. '그래, 이놈이었구나!. 딱 걸렸다!' 껍질도 없는 참 볼품없이 생긴 민달팽이 놈들이 열심히 식사 중이다. 내일은 담배꽁초를 우려서 뿌려.. 2021. 6. 10.
플레이바에서 음원 다운로드 하는 법 ※ 저작권은 본인 책임하에 유용하게 쓰시길 ※ ▼▼▼김수미 모닝콜 다운로드 받으러 가기▼▼▼ 김수미 모닝콜. 필요하신 분 내려받아 쓰시고, 좋은 하루 되소서. 출처: https://sbs210115.tistory.com/entry/플레이바에서-음원-다운로드-하는-법 [바람종 우는 뜨락] blog.daum.net 2021. 6. 8.
면치기 "어쩌면, 밥 먹을 때 말 한마디 없이 씹는 소리도 안 들리게 젊잖게 먹는지, 00는 가정교육 제대로 받은 양반집 자식이 틀림없어." -하숙집 아줌마. 내 유년. "밥 먹으며 말하면 복 나간다"라고 할머님께서 말씀하셨고, 아버지와 함께 앉은 밥상머리에서는 행여 무슨 꾸지람이라도 하실까, 잔뜩 주눅 들어 멀리 있는 반찬에는 손조차 뻗지 못했다. 어쩌다 염려의 말씀을 듣고 입에 밥을 물고 눈물을 흘릴 때면, "밥 먹는 데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밥이나 다 먹걸랑 예기해요…."라고 어머니께서 거드셨는데, 그러면 오히려 그 말씀이 어찌나 더 서럽든지 울대를 큭큭 거리는 기이한 소리까지 새어 나왔지. 그러면 이윽고 터져 나온 아버지의 호통, "내가 뭐라 했는데 울어 울기를! 사내놈의 새끼가 눈물이 그렇게 흔해서..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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