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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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145

매칼 없다. 오전 잡부 끝나고 도착한 식당. 식당 앞 흡연구역 의자에 앉아 목구멍 소독부터 하는데... 언제 떨어졌는지 말라 볼품없는 잎과, 계절의 끝에 매달려 아직은 성성한 잎들 사이에 놓인 텅 빈 거리. 매칼 없이 쓸쓸해지는 것이, 가을인가보다. 20231013금 이 음악을 좋아하던 그 성봉수는 잘 살고 있나? 노찿사-가을우체국 앞에서 -by, ⓒ성봉수 詩人 2023. 10. 14.
출장 술밥. 나는 돌아와 앉았는데 갑자기 샐러드를 먹고 싶다. 대가리 안에서는 냉장고에 이것저것을 끌어 샐러드를 만들고 있었으나, 내 몸은 그냥 레시피로 멈추라 한다. 그러기로 한다. 술밥만으로 만족하자는 이 귀찮음... 커피 한잔 타, 적어도 곱수의 담배를 먹고... 이빨 박박 닦고, 이만 잘 모양이다. 2023. 10. 12.
자자. 에고, 몰아치기 하려니 되다. 커피를 하도 먹었더니 오줌만 자꾸 마렵고... 잡부 나가려면 그만 자자. 202310102802화 이선희-알고 싶어요. -by, ⓒ 성봉수 詩人 2023. 10. 11.
에라 모르겠다. "어이쿠! 완전 달라붙었는데? 최근에 사고 났다거나 '뚝' 소리 난 적 없습니까? 여기 보이시죠? 이렇게 찢어져 있고요... 아껴 쓰시야겠어요." 염병... 지난 4월에(벌써 그리되었네) 주사 맞고 거짓말처럼 씻은 듯 사라진 통증. 자조의 밤. 내가 오늘에서 돌아가 그때를 잡고 앉은 일. 그 어느 것도 염두에 둘 필요 없이, 내가 오늘에 있기에 가능한 일. 이런 내게 감사해야 할 일. 일곱 시간이면 귓구멍이 헐도록 원 없이 들었다. 2023042 sbs090607.tistory.com 정확하게 딱 한 달 지나면서 슬금슬금 다시 시작되더니. 여태 간 보다가 결국 다시 주사. 이번에는 주사를 어찌 쑤셔대는지 시술 통증이 만만치 않다. 물리치료 받고 처방받은 약 담긴 검정 비닐봉지 덜렁덜렁 들고 돌아오다가, .. 2023. 10. 7.
우연히. 송구를 했다는 쥔장.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손이 크기는 크다. 크고 거칠기는 한데, 윤석열이 마누라 그 우악스럽고 천박하게 생긴 손보다는 백배 곱다. 그때, 아버님 장폐색(큰 누님은 나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그렇다 하셨다)으로 입원하시고 간병하던 그 병원. 밤늦은 로비에서 거짓말처럼 마주했던 사람. 생각하니 죄지은 일도 없으면서 왜 서로 외면했던 것일까? 청춘으로 맺은 인연의 고를 풀고 각자의 길을 걸어간, 허벅지가 찰고무 같던 안개 속의 그... 오후 내, 건너 채 막힌 싱크대 뚫느라 다 보냈다. 덕분에 저녁으로 초밥 특식 배급받아 맛나게 먹었다. 202310033039화 우연이-우연히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여... 남들 노니 덩달아 모처럼 휴일 같았던 연휴. 어디라도 하루 다녀오.. 2023. 10. 4.
흐르는 강물처럼... 혼술의 날이 가고, 닭갈비에, 돼지 껍디기에, 육포에. 소맥에, 소주에, 맥주를 먹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밤, 환영처럼 스르륵 펼쳐지는 영상. "삿되지 않겠노라. 내 삶의 지주, 시인의 양심을 놓지 않겠노라. 굶어 죽어 티끌도 흔적 없는 존재가 되더라도, 시정잡배가 전대 안에서 손가락 꼽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 거듭 읊조리게 했던. 나흘 전, 그 찻집의 웃기고 건방진 셈법의 욕심과 배려를 가장한 어설픈 통보를 떠올리다, "내가 아무리 잡놈이라도 부끄러운 아비는 되지 말아야지" " 그저, 지금 미혹한 내 안이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 202310022515월 아고, 한 일은 먹는 거 밖에 없는데 우찌 이리 피곤한고... -by, ⓒ 詩人 성봉수 2023. 10. 3.
뿐이고. 누님께 잘 다녀왔고, 밥솥 고장 나 가스불 밥했고, 축구 잘 봤고, 안면도 갑오징어 숙회도 잘 먹었고, 홍화동동주도 잘 먹었고, 쐬주도 잘 먹었고, 예산 사과맥주도 잘 먹었고, 그렇게 혼술 잘했고. 눈으로 축구 보는 동안, 홍화동동주와 오징어 숙회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세원마차 형수는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했고, 어른 노릇하느라 강변도 걷지 못했겠구나 생각했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한 몸으로 같은 풍경을 갈라 서로 다른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는 인간 뇌의 능력은 참으로 신비하구나!" 감탄했고,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은데 몸이 조금 무겁고, 아마 잡식 술이 부른 두통 때문인가? 짐작되고, 그냥 누워야겠다... 는 생각이고, 생각하는 동안 "무릎 보온 파티션을 알아봐야겠다".. 2023. 10. 2.
뭔가, 힘듦. 악몽이다. 하룻밤 꿈속에 두 사람이 죽었고, 두 사람이 모두 인척이었고, 그 앞다툰 죽음의 제례 절차에 선후를 가려야 하는 불가피한 현실의 선택을 두고 나 스스로가 짐 진 그 강박감이 숨을 가쁘게 했던, 악몽이었다. 악몽에서 돌아온 나는 "찿을 이 없는 명절에 손 놓은 늦은 잠에 대한 원초적 불안감이었다"라고, 모닝담배를 미루도록 엉망인 처음인 생시의 감정을 합리화했고, "사자 꿈은 길몽이니 로또 사는 날"이라고 합리화하며 감정의 뒤끝을 단도리했다. (중략) 마당 텃밭에 불쑥 솟은 무 줄기를 살피던 장인께 고개 조아리고, 아내가 명령한 전달물을 건네고 이내 돌아 나오는 내 손을 잡는 처남, '어제 인정이가 전화했는디, 일단 집에 들어오면 퍼져서 일어나기가 싫찮어!' (중략) 동네 공터에 받쳐 놓은 차로 .. 2023. 9. 30.
-2%+10year=-10year α 간을 빼줄 아량도 없고 빼 올 능력은 더 희박함을 쇠똥 벗어지면서 알았고, 성년 무렵에 심취했던 개똥철학의 곁다리로 가늠한 주역 나부랭이로 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 발바닥의 땀"이야 흘린 만큼은 쌤쌤으로 보상받겠거니... 호기 있게 디딘 10년, 그 미련한 노동의 배반. 잡부 나간 현장. 승강기를 기다리며 마주한 가릴 것 없이 충실했던 한때의 흔적. 지금 누가 저리해 놓는다면 고소·고발 지탄받을 일일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발 닿는 곳마다 붙여 놓던 스티커. 20년이 흘렀어도 남겨진 흔적을 마주하며 지금 와 생각하니, 당신 속으로 낳은 아들이 임을 모를 리 없으셨을 텐데... 처자식 있는 놈이 다니던 직장 하루아침에 때려치우고 타향 객지 구정물 통에 설거지하며 쌓은 시간이니 '우공이산(愚公移山)'.. 2023. 9. 25.
매파를 앞세우고. 잠깐의 멈춤도 없이 종일 뿌리는 비. 그리고 비나리는 바다의 너울처럼 종잡을 수 없이 울고 있는 바람종. 시간을 가늠할 수 없도록 내내 칙칙한 창밖 명암처럼 마음 한쪽으로 뭐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는데, 그 뭐가 뭔지 헤아려지지 않는다. 벌초를 못 하고 있는 조바심 때문인 듯도 한데, 딱 그것 때문이라고 꼬집기엔 마음을 침잠시키는 추의 크기가 너무 크다. 너울처럼 울렁이는 바람종과 북향의 눈보라처럼 와라락 와라락 쏟아지는 비. 고립무원의 무인도 바위틈에 밀려들어 들도 나도 못 하는 부유물이 된 것처럼, 내 앞에 펼쳐지는 오늘의 현상과 올곧게 마주할 수 없는 불편한 이질감. 그 간격을 수습하려는 자구로 종일 불러세운 매파(媒婆). j.j cale-cloudy day 늦은 저녁, 담배 사러 들린 동네 마트. 막.. 2023. 9. 21.
거기에 내가 있었지. 잡부 마치고 담배 물고 장화를 끌고 뒷골목을 지나오다가, 거기 그때 벚꽃이 날리던 벤치로 자석처럼 끌려갔다. 어머님 투석 마치시기를 기다리며 어쩌다 나와 잠시 하늘을 올려 보던... 그해 더웠던 여름, 그날 세상 떠난 친구와 만나 마지막 담배를 먹었던... 그리고 더 오래전 하늘이 어두웠던 시절, 갈 곳 없는 내가 벤치에 누워 별을 헤던...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며 맛없는 담배를 먹고, 별일 없듯 일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데 생경한 뭐가 얹듯 비친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열과한 여주 빨간 씨앗이 보인다. 장에서 모종 두 개를 사 옥상과 대문 앞 골목 화분에 하나씩 나누어 심었는데, 옥상과 달리 착과가 되지 않아 '나팔꽃과 함께 있으면 수정이 되지 않나 보다' 짐작하고 열매 보기를.. 2023. 9. 16.
신언서판으로... 술밥을 파하고 친구가 사준 불란서 아침을 옆구리에 끼고 터벅터벅 돌아옵니다. 지하도 입구에서 잠시 생각합니다. "굴속으로 들어가는데, 굴속인데, 왜 굴 밖보다 밝을까?" 그리고 생각합니다, "기준과 시야와 왜곡" 내 관념의 깊이가 선입관의 담장이 되고, 그 담장의 높이나 차지하는 넓이가 기준이 되고, 그 안에서만 나는 바라보고 판단하게 될 터이고, 울 밖의 무수한 싹과 가시를 익숙하지 않은 이유로 불편해하겠고, 그만큼의 크기로 나는 속거나 동조하며 외면하겠고... 씻지 않아도 될 만큼 땀 흘리지 않은 짧은 외출. 나는 「별을 먹다」를 남의 얘기로 한참을 듣고 앉았다가, ☆~ 별을 먹다 / 성봉수 ~☆ 별을 먹다 / 성봉수 -오줌바위 ⃰ 추상(抽象) 나는 알게 되었으니 홀로 앉아 헤아린다 이 별은 북두성 .. 2023. 9. 13.
백로 무렵에... 백로. 낮으론 계속되는 폭염이라지만 그늘 안에 들면 건들바람이 불며 그럭저럭 차분해지는 날씨. 여지없는 백로다. 잡부 마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마당을 둘러싼 이웃 건물들 탓에 떨어지는 해 몇 조각이 뒤늦게 산란하고 있다. 바지랑대를 휘감고 오른 같은 넝쿨에 매달리지 못하고 땅 꽃의 된 나팔꽃 한 송이, 저 혼자 서쪽의 지축을 열고 뒤바뀐 아침을 맞고 있다. 백로다. 발치 끝에서 머뭇거리는 백로 무렵의 어설픈 가을 답신 없는 연서에도 쓸쓸하지 않을 만큼 아직은 견딜만한... - 시집 『바람 그리기』중「백로 무렵에」에서 - 백로다. 마당 한 편의 감나무, 갈변한 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옥상 배추 모종에 물 주고 내려와 커피 한 잔 타고 숨 돌리는 동안, SNS 대문을 시 「백로 무렵에」로 바꿔 걸었다.. 2023. 9. 10.
집으로.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아, 혼자 떨어져 하루 더 머물고 갈 것을...' 어쨌건 난 지금 오래된 집 옥상 화분, 목이 타고 있을 배추 모종에게 가고 있고. 고속도로 맞은 편에 가득한 교행하는 차들에 전조등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설픈 몇 잔의 술에 약간의 두통이 시작되었고... 202306091730토 -by, 詩人 성봉수 2023. 9. 9.
귀곡산장의 아침. '아구구구...' 뻑적지근한 몸을 움찔거리며 눈을 뜹니다. 창밖이 훤합니다. '밤여 낮여?' 서재 컴에서 흘러나오는 방미의 "목숨"을 들으며 30분을 뭉그적거리다가, 폰에서 울리는 기상 알람을 듣고야 아침임을 알았습니다. 모기향 전원 코드를 모두 뽑고 현관을 나섭니다. 삼월이가 또 똥을 싸놓고 내뺐습니다. 부삽으로 똥을 챙겨 삼월이 집 앞에 옮겨 놓았습니다. 대부분은 쓰레기 봉지로 치우지만 가끔 부아가 나면 하는 짓입니다. 삼월이년은 이제 제가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비어 있고 지난밤도 바깥채 아불 안에서 잔 모양입니다. 대문 입구 골목, 벽을 타고 오른 나팔꽃. 잎이 갈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폭염에도 계절은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목장갑 한쪽을 끼고 모종삽을 챙겨 옥상에 오릅니다.. 2023. 9. 7.
귀또리 울음, 가득함 밤. 고춧대를 뽑으며 생각했습니다. "영양가 없는 이 소비인간에 생사여탈을 맡기고 두 계절을 의지한 네게 참으로 고맙다" 예를 갖춰 정성을 다해 소멸하는 우주를 수세하는 데 꼬박 한 시간 걸렸습니다. 거둔 놈의 마지막 유산을 씻고 데쳐 맛있게 무쳤고요. 모기 엄청 뜯겼습니다. 어제 일입니다. 그리고 내게 남겨 준 유언, 경건하게 받아 방금 얼마간 기워 접어뒀고요. 덥고 꿉꿉했던 하루가 이리 기울었습니다. 편한 잠 이루시길 빕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가 맞나? ㅋㅋㅋ) 202309042653월귀또리울음가득한밤에 쥘 마세네(Jules Massenet)-오페라 타이(Thais) 中 교향곡 인터메조(intermezzo) "타이스 명상곡(Meditation de Thais)"_Andrew vonOeyen, pian.. 2023. 9. 5.
고가와 장승 잡부 가는 길. 운무가 가득한 길. 차령 고개를 지나간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도착한 현장, 장승처럼 오래된 집 마당에 버텨선 이끼 낀 늙은 감나무. 이 마당을 들고 난 시간의 무엇을 이토록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걸까? 대문에서 현관으로 이어진 디딤돌이 아니더라도 이끼 가득한 마당을 보니 늘 젖어 있는 모양인데, 남향 집인데도 왜 땅이 늘 젖어 있을까? 인분 냄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웃에 축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정체불명의 불쾌한 냄새가 진동한다. 고단했던 어느 시절에 논배미 끝에 집칸 마련하느라 평생을 애썼겠지만, 노파 혼자 지키고 있는 고가의 모습이 귀곡산장과 다를 것 없는 형편이다. 잠을 잔다고 했어도 시간 반 누웠다 나선 잡부. 불쾌한 냄새까지 보태져 신경이 예민해졌다. 이틀째 가는 같은 현장. .. 2023. 9. 4.
작품. 아버님 16주기였던 어제. 삼월이 언니께서 이번에도 실망 시키지 않고 작품 하나를 남기셨다. 살다 살다, 아가리 쩍 벌린 조기는 처음이다. 부라보~! 꼴. 나흘, 설 연휴가 끝났다. 이번 설에도 여지없이 작품하나 만드신 부인님. 국물 보다 건더기가 많은 이 정체불명의 음식을 뭐라 불러야 할까? "지극한 정성"으로 생각하기로했지만, 30년도 더 한 sbs210115.tistory.com 종일 빗소리가 좋았던 하루. 며칠 사이 밤으론 썰렁한 날씨. 덕분에 사흘째 멈춰 선 선풍기. 내일모레면 추석이겠고... 시간 참 빠르다. 내일 잡부는 일찍 잡혀 있으니 이만 누워보자. 202308302705 웃찾사 파티송-너 땜에 내가 미쳐 mix Dara_FU-Ampun_Bang_Jago -by, 詩人 성봉수 굴비 조기 .. 2023. 8. 31.
생각한다. 아버님 기일. 오후 반나절 잡부 마치고 돌아와 비에 젖은 찝찝한 몸을 씻고 잠시 늘어졌다가, 그제 할아버님 제사 모신 전 몇 첨을 데워 저녁을 마친다. 배가 고팠지만, 아버님 제사를 모셔야 하니 그러고 나서 그때 채울 속을 비워 놓는 게 현명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일단 허기를 모면하고 24시간 전에 담가 놓은 설거지를 하는데 서재 컴에서 랜덤 재생시켜 놓은 음악이 '루비나'를 모시고 나온다. 나는 그때 그 눈 나리던 도심, 번성했던 상가 중앙로를 생각한다. 아버지 두툼한 검은색 양품점 순모 오버코트를 내 것으로 걸치고 발 토시로 바짓단을 옭아맨 그 거리의 나를 생각한다. 토시 아래 두 줄의 끈으로 마무리한 뾰족한 코의 주황색 구두를 생각한다. 요철 없는 매끈한 굽의 신사화, 취기가 아니었더라도 미끄.. 2023. 8. 30.
감시자들. 아주 늦은 저녁상을 차려 앉았는데 뭐가 자꾸 힐끗힐끗 어른거린다. 귀신이라도 돌아다니는지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면 현관문 밖에 펄럭이는 빨래. 도통 얼씬하지 않던 사람이 발뒤꿈치를 들고 현관 앞을 희끗희끗 들락거린다고 했더니... 삼월이는 어느결에 똥 싸놓고 내빼고, 삼월이 언니는 빨래 널고 내빼고, 위리안치 문지기도 아니고 원. 오고 감에 소리소문 없음이 구신과 다름없네. 삼월이 모가지엘랑 워낭을 매달고, 삼월이 언니 슬리퍼를 뽁뽁이 신발로 바꿔야 하는지... 202308272540일 Disturbed-The_Sound_Of_Silence -by, 詩人 성봉수 2023. 8. 29.
참 좋은 때인데...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무엇을 하든 행복하게 만족할 수 있는 밤. 그런 밤을 어제는 잠이 어찌 쏟아지던지 새로 두 시를 막 넘기며 작정하고 모처럼 불단속도 하고 눕고. 오늘은 할아버님 제사 모시고 탕국에 음복하고 건너와 사정없이 절구질하다가 밤이 다 갔다. 남들은 잠이 안 와 마다한다는 커피. 내겐 누가 수면제라도 타는 건지 원... 오래된 집 마당, 앞다퉈 핀 나팔꽃이 장관이다. 202308263052토 클래식 소품- 소녀의 기도, 엘리제를 위하여, 즉흥 환상곡 mix 타이어 as(만 환) 도대체 어떤 놈들이 다섯 시 막 넘기며 식전 댓바람부터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신경 쓰이게 웅성거리는 건지... -by, 詩人 성봉수 2023. 8. 27.
滄海一聲笑와 왕만두 내일 다녀와도 좋을 일이었지만, 마침 장날이다. 뿌리는 비도 발길을 유혹하고... 떨어진 혈압약을 처방받고 마트를 거쳐 시장을 돌아 약국에 이르기 전, 시장 입구 만둣집 근처에서 꼭지에 닿은 허기. 먹고 왔으면 번거롭지 않고 좋으련만 홀 장사는 하지 않는다. 두 개는 0.5% 부족한 듯하고 세 개는 0.5% 넘칠 듯한데, 그렇다고 반을 베어 먹고 남기기도 거시기하다. 결국 넘치는 쪽을 택했고 덕분에 10시 반쯤에 저녁밥을 먹었다. 만두를 베어 물며, 무협영화 객잔 오랜 기억 속의 주인공으로 들어앉아, 무말랭이와 돼지기름이 조화롭던 '인천빵집'과 양념장을 먹을 만큼 만들라던 주인아줌마의 잔소리를 떠올렸고. 우체국 입구 화교 만두 가계 아저씨. 빡빡머리에 흰 머리칼이 숭숭하던 그 아저씨, 오줌 넣고 씻지 않.. 2023. 8. 25.
밤도깨비와 성주신 실성한 여자가 풀어헤친 앞섶처럼 문이라는 문은 모두 열려 있고 현관 앞 외등부터 부엌까지, 불이라는 불은 발인 전날의 상갓집처럼 환하게 켜 있다. 온 동네가 떠내려가라 울려 퍼지고 있는 서재 컴의 음악. 거실문 앞에 매미 허물처럼 놓여 있는 반 바지. '이런...' 우체국 화단에 질기게 뿌리내린 지피식물. 뿌리가 어찌 깊게 내리는지 몇 번을 실패했다가 마침 비가 오니 술밥 마무리한 중식당에서 슬쩍 들고나온 젓가락 한 짝으로 열심히 후벼 파 몇 포기 캐오느라 흙물이 든 흰색 반바지. 얼른 물에 담가 놓는다는 게 그냥 잠들었던 모양이다. 습관처럼 담배를 물며 마주한 폰, 9:13분 후배로부터 도착한 부재중 전화. 세 시가 막 지나고 있으니 이쯤이면 충분하게 잤다. 컴의 음악을 줄여놓고 캐 온 지피식물을 화분.. 2023. 8. 23.
Home on the range / 정현향 202308210750월 정현향-Home on the range 담배 한 갑 반 조졌고. 배고프고... -by, 성봉수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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